시인 농부
초록 날개 달아줄게 / 이효
봄이 되니 분주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원고 청탁도 들어오고 식물도 키워야 하고
올해는 텃밭에 상추 쑥갓 아스파라거스 적상추
부추 호박 토마토 가지 깨를 심었다.
누가 보면 대농이라 생각을 하겠지만 시인은 도전 정신으로 각각 5~6 포기 정도 심었다. 상추와 쑥갓은 씨를 뿌렸다. 상추씨는 너무 작아서 흙을 얇게 덮어 주었다. 한 주가 지나도 소식이 없고 두 주가 지나도 싹이 나오지 않아 안절부절 했다. 마치 아내가 아이를 낳는데 복도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아버지의 심정이랄까, 3주 정도 지나서 비가 내린 다음 날 식물들이 머리를 들고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경이로움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엉덩이를 쪼그리고 앉아서 식물들을 보고 또 보았다. 남편은 퉁명스럽게 말을 한다. 몇 천을 들고 가면 상추 한 바가지 사 올 텐데 생고생하지 말란다. 나는 지금 상추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우주를 키우는 것이다. 솟구치는 생명력을 피부로 느끼고 오감으로 전율하는 것이다. 저 어린것들이 땅속에서 얼마나 몸부림을 쳤을까? 그 오랜 어둠을 홀로 어찌 견뎌 냈을까 생각하니 가슴에서 뭉클함이 올라온다. 물을 주고 토닥토닥 말을 걸었다. 참 수고 많이 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보호자다 잘 지켜줄게 너희는 그 푸른 날개를 마음껏 펼쳐보아라.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시원하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잖아.
그건 서로의 행복이었다. 누군가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마음에 위로를 받고 안정감을 갖는다고 한다. 그런데 시인은 초록이 좋다 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저 어린것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지인들에게 행복 배달을 했다. 누군가와 함께 행복을 공유하는 것 작은 일상이지만 살아있음의 의미고 행복이다. 병실에 누워있는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나도 살 수 있겠지?
그 친구는 암과 전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대답했다. 저 어린것들도 어둠을 뚫고 하늘을 보고 있잖아. 너도 초록 날개를 달 수 있어, 아니 네가 못 달면 내가 달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