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밥과 철쭉 동산)
신록이 푸르른 오월이다.
나뭇잎들이 연녹색으로 마음을 유혹한다.
한여름 초록잎도 좋지만 연녹색 잎은 더욱 좋다.
문우들과 함께 불암산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백세문에서 불암산 중턱까지 올라 백사마을을 지나서 상계동 나비 정원에 도착해서 만발한 철쭉꽃을 감상하기로 했다.
점심은 각자 조금씩 맛있는 음식을 싸와서 돗자리 펴고 나눠서 먹기로 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상가에 가서 맛있는 떡을 살까?
아니야 맛난 빵을 골고루 살까 잠시 고민을 했다.
그 순간 번쩍 "김밥을 정성껏 싸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말하길 "몇 줄 사가는 것은 어때?"라고 말을 했다. "아니야 내가 싸볼게" 그렇게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고슬고슬 쌀밥을 짓고, 얼마 전에 시골에서 따온 두릅을 삶고 시금치 대신 두릅을 파랗게 넣었다.
빨강 피망, 노랑 계란, 당근, 단무지, 두부 소시지
알록달록 색들이 환상이다.
조금 힘은 들었지만 문우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생각에 마음이 흐뭇했다.
백세문을 지났다.
백세문을 넘어가면 백세까지 살 수 있다는데 박세까지 치매 걸리지 않고 살면 더 큰 행복이 없겠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내가 정해 놓은 건강 수명이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건강하게 거기까지 살길 기도해 본다.
백사 마을을 지나면서 감회가 새롭다.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백사 마을이다.
마지막 보류였던 이곳까지 개발의 손길이 뻗쳤다. 앞으로 사라질 정겨운 풍경들을 눈동자 속에 가득 넘치게 담아 두었다.
둘레길 중간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친구가 망가진 우산을 재활용해서 둥근 천만
돗자리처럼 폈다.
둥근 식탁보가 깔렸다. 아이디어가 굳이다.
누구는 김밥을 누구는 절편과 오이를
누군가는 계란과 과일을......
푸짐한 점심 상이 차려졌다.
우리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먹었다.
도시락을 준비해오지 못한 한 친구는 하산해서 따뜻한 차를 사기로 했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때 소풍을 떠올리면서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우리 초등학교 때는 사이다와 계란을 싸가지고 소풍 갔다고 했더니 어떤 친구는 집이 너무 가난해서 꽁보리 밥을 싸가지고 가서 혼자
돌아서 먹었다고 한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유년의 시간을 더듬었다.
드디어 도착한 나비 정원에는 철쭉꽃들이 만발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우리들은 돌아가면서 사행시를 지었다.
내가 지은 사행시를 멋지게 읊어 보았다.
어 / 어린 새 한 마리 아비 품 떠나니
버 / 버지니아 시를 읊어 주시던 아버지 그립네
이 / 이제 아비 나이 되어 보니
날 / 날마다 그리움 사무치네
사행시도 지어보고 철쭉꽃 속에서 사진도 찰칵 찍어 보고 문우들과 시심도 나누어 본 행복한 하루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고개 역에서 따뜻한 차 한 잔씩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