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벙쪘다. 아직 내 삶 정도는 굴곡의 시작만도 못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난관에 도착한다. 행복을 기도해야 할까, 불행을 빌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글들은 대체로 부정적 감정에서 흘러왔기 때문에 나에게도 좋은 글을 기대하려면 지금보다 더 불행해야 했다. 그치만 대체 불행은 어디까지 가야 쓸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나를 평행으로 저울질하는 건 그런 점에서 어렵다. 자기애와 자기혐오 사이에서 수많은 널뛰기를 그린다. 그러나 내가 잘 쓰는 것이 불행임은 분명했다. 나는 언제나 불행을 먹고 자랐으므로.
남의 불(不)을 즐겨 읽는 나는 이기적이고, 비슷한 언저리를 쓰고 싶지만 삶은 그 저편이고 싶은 나는 더 이기적이다. 홀린 사람처럼 남의 사고와 범죄를 기웃거린다. 얼굴에서 나오는 물줄기로 가득 찬 글을 읽으며 감탄한다. 가슴은 안타까움으로 향하지만 실은 잔인하게 즐기는 거다. 가끔 그런 내가 소름이 끼쳐서 황급하게 사람들이 웃는 화면으로 얼굴을 돌린다. 하지만 생각은 아까 봤던 거기에 있고 그때 난 쓰기 시작한다. 인생에서 행복을 적은 순간은 극히 드물었다. 행복은 담아야 하는 게 아닌데 불행은 그래서 계속 썼다. 내 일기장에는 우울한 말들만 엄선되어 남았다. 삶이 단두대로 향하지 않게 많은 불행의 언어를 종이 안으로 욱여넣었다. 그럼 내 얼굴 앞에 남은 건 소량 남은 행복이고, 이제 그걸 즐기면 된다. 행복해지려고 욕심낼 때, 안고 태어난 것을 억지로 거슬러내려 시도할 때 불행은 피어난다.
더 이상 불행을 부정하지 않는다. 삶을 거기에 바치고 왔더니 손과 타자로 친 글자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