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이 심해질 때쯤, 우린 서로에게 너무도 익숙한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자고 말했다. 공간을 빌려 서울을 여행하는 건 서울 토박이에게 가히 신선한 일. 그걸 실행해 보자고 마음먹게 한 건 그저 이 현실만 아니면 뭐든 좋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서윤과 서촌에 싼 에어비앤비를 빌려 하루를 묵었다. 서윤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딸기 케이크를 먹다가 편의점에 들러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사고, 뜨끈하게 덥혀진 방바닥에 잠시 뒹굴다 먹기를 반복했다. 무려 새벽 4시까지, 우린 먹고 조금 마셨다. 그런데 그 단순한 행복이 너무 좋아서 서윤이 먼저 잠든 새벽 눈물이 조금 났다. 내가 바랐던 건 고작 요만큼의 행복이었는데, 언제부터 놓친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행복한 눈물이어서, 그런 눈물이면 얼마든지 흘려줄 수 있었다.
뜨끈하다 못해 뜨거웠던 반지하 숙소에서 얼굴을 벌겋게 그을리며 하루를 금세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깨진 구멍을 큰 반창고로 겨우내 막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또다시 힘을 못 이기고 터질지 모르는 조악한 수리지만, 적어도 한 달은 거뜬히 막을 수 있겠다.
여행은 30분 거리에 잠시 머물러도 여행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딜 가든 그 길을 여행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삶은 길을 오가는 여정이며, 우리는 그 과정을 힘껏 춤추면 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