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시간은 대부분 깊은 밤이었다. 모든 게 허락되고 이해받는 시간이라고 그것을 이해했다. 그래서 보통은 처절했던 하루를 버티고 마시는 한 잔 술처럼 밤을 기다렸다. 밤이 되면 쓸 수 있어, 밤이 되면 밀린 책도 읽고 바닥에 드러누워 귤도 까먹을 수 있어,라고 낮을 버티게 하는 자극제로 밤의 단어를 남용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어김없이 졸렸다. 사실은 외롭고 차갑고 도려내고 남은 것들만 발치에 가득해서, 차라리 자고 싶어졌다. 사실 사랑했던 건 밤이 아니라 희망이나 환상 같은 것이었다. 밤의 지나친 남용은 내일을 살아가게 하기보다 나의 부족과 연약함만 간신히 품고 돌보게 했다. 그래서 어느 삶과 주기와 시간에 내 온 희망을 걸어서는 안 되고, 그래서 살아있다는 건 때로 고통스럽다. 중간을 선택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하게 지키고 싶은 것이어서.
내 마음은 늘 들쭉날쭉이어서 괴롭다고 느끼기에 다분하다. 글을 쓰겠다는 마음도, 무언가를 계속 지속해 보겠다는 마음도 시간 단위로 변한다. 어딘가에서 늘 중심 잡기를 하는 나의 일상은 고되다. 기대를 버리는 게 중요했다. 기대하는 마음은 해내야 하는 마음이 되고, 해내야 하는 마음은 가슴에 허접한 짐으로 남으니까. 원하는 마음과 반비례하는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
메모장에는 아직 끝을 내지 못한 낙서들이 쌓여있다. 그걸 버리지는 못하고 그냥 자주 들여다본다. 곧 쓰겠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낙서는 버린 글이 된다. 앞으로도 쓰지 않을 것이기에. 허영으로 가득 찬 속으로 인해 방치된 메모들은 유통기한을 넘기고 메모장 안에서 푹푹 썩는다. 그게 언제쯤 후련하게 버려버릴지는 아직까지도 답변을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