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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로 된 거 아닐까

by 한보물



서로가 서로에게 이라면

차라리 안 보고 사는 게 방법 아닐까?


어머니를 안 보고 산다는 건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주변사람들에게서

그래도 낳아주신 어머니잖아

네가 참아야지라고 들었던 것도 여러 번


어머니의 입장에서만 듣고

쉽게 이야기하는 그 물음에 다시 되묻고 싶었다.


만약 당신의 부모가 당신에게 그렇게 했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 같냐고


자신이 경험해 보지 않았다고

그렇게 너무나도 쉽게 남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네가 그래도 이해해야지라는 쉬운 말을 한다는 건

나를 두 번 죽이는 거나 다름없었다.


부모님에게 얽매여있는 감정에서 벗어나

내 것으로 가득 채우겠다고 다짐했던 몇 년


어떻게 그 모든 상처들과 고통들을

하루아침에 다 잊을 수 있을까?


잊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니

나는 최대한 내 안에 좋은 것들로 가득 채우려고 노력했다.


아직까지도 옛 기억이 떠오를 때면

안 좋은 감정들 휩싸이는걸 매번 반복지만


그래도 내가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니

내가 이 고통 속에서 다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전처럼 한 없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모님에게 사랑받는 걸 포기하고

부모님을 이해하길 포기하고

결국엔 부모님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부모님과 관련해 하나 둘 포기하고 나니

이제야 숨이 트인 듯 제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이 선택이 맞는 건지

잘한 선택인 건지 스스로 되묻고 생각해 본다.


여러 생각에 잠기다 결국 한 가지 답에 멈춰 선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지금 내 마음이 편하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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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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