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와 사춘기의 코사멧 여행기 2

22시간의 이동 끝에, 우리는 나란히 바다를 보았다

by 나름


기차에서 맞이한 일출


기차의 새벽은 조용히 다가왔다.

승무원이 조심스레 통로를 오가고,

멀리서 커피 향이 흐르듯 번졌다.

아들이 윗 칸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도착했어?”

그 말에 고개를 젓고, 아직 어둑한 창밖을 가리켰다.

도시는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방콕의 하루를 여는 사람들


방콕에 도착한 뒤,

다음 여정을 위해 곧장 에카마이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교통체증이 시작되기 전의 도시가

어서 서두르라는 듯 바쁘게 움직였다.

택시 안, 아들은 낯선 거리의 이름을 소리 내어 읽으며 길을 찾고 있었다.

몇 달 전만 해도 낯선 환경에 움츠리던 아이가,

이제는 방향을 묻고, 지도를 들여다보고,

스스로 앞장서고 있었다.



반가운 밀크랜드


터미널에 도착하자,

우리는 간단히 아침을 먹을 곳을 찾았고,

익숙한 간판 ‘밀크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음료를 손에 들고 앉아 있는 아들의 옆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자라는 아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예전의 그 모습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손을 놓을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사멧으로 가는 관문 ‘반페’

그곳까지 가는 두 종류의 버스 중 빅버스를 택했다.

빅버스는 넓고 쾌적했으며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었다.

긴 이동을 앞둔 우리는 느긋하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 진짜 크다.”

창밖을 보던 아들이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푸른 나무 사이로 구름이 흐르고,

끝없이 이어진 도로 위로 햇살이 내려앉아 있었다.

풍경보다 그 말을 꺼낸 아이의 눈빛이 더 깊게 남았다.




중간에 들른 휴게소, 기사 아저씨가 햄버거와 생수를 나눠줬다.

작은 놀라움에 아이는 환하게 웃었고,

그 웃음이 이 긴 여정에 작고 단단한 위로가 되었다.

함께 나눠 먹은 그 한 끼가

우리를 또 한 발짝 가깝게 만들어주었다.


반페 선착장에 도착했을 땐 햇살이 뜨거웠다.

바닷바람이 불었고, 짐을 든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아들이 내 캐리어를 자연스레 받아 든다.

말 없이 건넨 작은 배려.

그 한 장면이 이 여행의 목적을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았다.




스피드보트는 이름처럼 빠르게 바다를 갈랐고,

섬이 점점 가까워졌다.

덜컹이는 물살 위에서, 아들은 웃으며 말했다.

“놀이기구 타는 기분이야.”

그 소리에 나도 웃었다.

낭만이고 뭐고, 일단 눕고 싶었던 몸이

순간 가벼워졌다.


섬에 도착하자 입도세를 내고, 성테우에 올랐다.

섬의 유일한 대중교통.

바람이 지나가는 열린 차량 안에서

우리는 나란히 앉아 있었다.




사이깨우 비치에 도착한 순간,

하얀 모래와 맑은 바다,

반짝이는 햇살이 동시에 밀려왔다.

아들은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 옆에 서서 그 풍경을 함께 들이켰다.


치앙마이 집을 나선 지 정확히 스물두 시간.

밤기차, 택시, 고속버스, 스피드보트, 성테우까지

모든 교통수단을 총동원한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드디어 바다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맑아졌다.


이 여정에서, 아들은 조금 더 자랐고,

나는 그 곁에서

조금 더 조용히, 깊게 아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사춘기 아들과의 여행은 어쩌면

부딪힘을 벗어나

이해의 거리로 들어서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이 섬의 하얀 모래 위에서

우리는 그 거리를 함께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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