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느끼는 평온과 타국에서 차려준 엄마의 아침

by 몽쉐르

관계의 평온함

이곳 사람들은 평온하게 느껴진다. 문득 자문해 본다. 베트남이라는 땅은 왜 이토록 내 마음에 깊은 평온함을 선사하는 것일까. 이번 여행을 시작하며 ‘이제 베트남은 그만 와야지’라고 다짐했던 결심은, 이곳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신기루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다시 이곳으로 끌어당기는 것일까. 이곳 사람들의 표정에는 형언할 수 없는 여유가 서려 있다. 물론 그들에게도 각자의 근심과 고단함이 있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삶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현지인들의 거주 공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TV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 매몰된 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적어 보인다. 대신 그들은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거나, 길가에 앉아 이웃과 정겨운 담소를 나눈다. 홀로 길거리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모습조차 외로움보다는 고요한 자족(自足)에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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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가 살던 곳의 풍경을 떠올려 본다. 우리는 유리창으로 밀폐된 자동차 안에서 나만의 안락함을 쫓으며 살아간다. 차갑고 단단한 철갑 속에 몸을 숨긴 채 타인과 단절된 그 풍경은 어딘지 모르게 고립되어 보인다. 반면, 사방이 트인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이곳 사람들은 길 위에서 타인과 눈을 맞추고 바람을 공유한다. 자신을 숨길 견고한 벽이 없기에, 오히려 경계 없는 공간에서 타인의 시선과 부딪히고 찰나의 교감을 나눈다. 인간미란 바로 그 지점에서 흐르는 것이 아닐까.

결국 내가 이곳에서 느낀 평온함의 실체는 ‘살아있는 관계’였다.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보다 세상에 자신을 온전히 내놓음으로써 얻는 연결감, 그리고 그 틈새로 스며드는 온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가 여전히 뜨겁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국에서 엄마가 차려준 아침 식사

“쿵, 쿵.” 두 아들이 바닥에 스피너를 떨어뜨리는 둔탁한 소리에 감미로웠던 아침 단잠이 깼다. 에어컨의 시원한 냉기와 이불 속의 포근한 온기가 대조를 이루는 그 기분 좋은 안락함을 조금 더 만끽하고 싶었다. 깊은 잠과 얕은 잠의 경계를 유영하며 내 숨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노니, 비로소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는 충만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식구들의 아침 식사를 위해 쌀을 사러 나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과 함께 쌀을 사기 위해 800m 남짓한 거리를 걸었다. 오토바이가 있었다면 순식간이었겠지만, 아침 공기를 가르며 걷는 그 길은 또 다른 운치가 있었다. 구글 맵에는 분명 오전 6시 오픈이라 적혀 있었으나, 7시에 도착한 가게는 이제야 느지막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디지털의 정보보다 현지의 느긋함이 우선인 것 같았다. 가게 안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쌀이 쌓여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 결국 가장 무난한 중간 가격대의 쌀을 골랐다. “찹쌀이 있는지 한번 물어봐 봐.” 베트남 쌀 특유의 찰기 없는 식감을 보완하기 위해 섞어 먹자는 엄마의 제안이었다. 주인은 세 종류의 찹쌀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중간 가격을 골라서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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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침상으로 차려주신 제육볶음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베트남의 돼지고기는 유독 맛이 좋다. 비계가 적음에도 육질이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잡내 하나 없이 깔끔했다. “우리 매일 돼지고기 먹자!” 엄마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 아침 바게트 빵으로 식사를 해버린 아이들도, 갓 지은 밥과 고기 냄새에 맛을 보더니 이내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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