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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Sep 07. 2024

위로의 손길과 기다림의 힘

슬픔을 이해하는 여정

식탁 위에는 빨간 장미 세 송이와 이름 모를 노란 꽃이 어울려 잔잔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햇살이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비치고 있었고, 그 따뜻한 빛 속에서 아빠는 두 아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식사 시간이 아니었지만, 예준이는 하얀 밥에 김을 싸서 먹으며 아빠의 말을 기다리는 듯했다.     


"얘들아, " 아빠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같이 이야기 좀 할까? “    

 

예준이는 밥을 한 입 베어 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예온이는 장미꽃을 힐끗 바라보다가 아빠의 눈을 마주쳤다. 아빠는 아이들의 시선을 한 번씩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우리, 슬플 때가 있지? 혹시 기억나는 슬픈 순간이 있어? “    

 

예온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눈을 깜빡이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난... 엄마아빠 잃어버렸을 때 슬펐어. “    

 

아빠는 의아해하며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어?" 그는 기억을 더듬으며 물었다.     


예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교회에서 엄마 아빠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너무 슬펐어." 작은 목소리 속엔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제야 아빠는 그때 일을 떠올렸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미소를 지었다. "아~ 맞다! 그때 그분이 아빠한테 연락해 주셨지. 많이 무서웠겠구나." 아빠의 말투는 따뜻했고, 예온이는 그 말을 들으며 조금 위로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응, 진짜 무서웠어..." 예온이는 작게 덧붙였다.    

 

아빠는 이번엔 예준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예준이는? 슬펐던 순간이 기억나? “    

 

예준이는 잠시 망설이며 눈치를 살피다가 말했다. "응... 난 엄마 아빠한테 혼날 때 슬퍼. “

    

아빠는 그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찡했다. 자신이 예준이를 혼냈던 순간들이 떠올랐고, 그때의 감정이 밀려왔다. 그는 살짝 목이 메인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 혼냈는데? “     


예준이는 예온이를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예온이를 때렸을 때... “     


아빠는 그제야 예준이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아이가 자주 혼나지는 않았지만, 그때는 아빠가 조금 화가 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때 기분이 어땠어? “    

 

"안 좋고... 슬펐어. 그래서 어디론가 숨고 싶었어." 예준이는 밥을 먹던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목소리 속엔 감춰둔 슬픔이 서려 있었다.


아빠는 깊게 고개를 끄덕이며, 예준이의 마음을 이해한 듯 말했다. "아~ 그래서 슬플 때는 어디론가 숨고 싶구나. “     


예준이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응. “     


아빠는 아이들의 대화를 이어가며 질문을 던졌다. "그럼 슬플 때, 위로를 받는 게 좋겠어? 아니면 가만히 기다려주는 게 좋겠어? “     


예온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답했다. "난... 그냥 가만히 기다려주는 게 좋아. “     


예준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조금 더 생각해 볼래. “   

  

아빠는 미소를 지으며 예온이에게 물었다. "예온아, 왜 기다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 “   

  

예온이는 작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혼자 진정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때도 있으니까. “     

아빠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혼자 두는 게 항상 좋은 건 아닐 수도 있겠네. 혹시 혼자 둬서 생기는 문제는 없을까? “     


예온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잘 모르겠어. “    

 

아빠는 예온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만약 예온이가 슬퍼서 앉아 있는데 아무도 와서 위로해 주지 않고 그냥 둔다면, 그때는 어땠을 것 같아? “     


예온이는 이제야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아... 계속 속상할 것 같아.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으면... 더 슬플 것 같아. “     


아빠는 그 말에 동의하며 말했다. "그렇지. 그러면 혼자만 두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위로해 줄 때도 필요하겠네. “     


이번엔 예준이 차례였다. 아빠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예준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기다려주는 게 좋을까, 아니면 위로해 주는 게 좋을까? “    

 

예준이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 "난... 위로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    

 

"왜 그렇게 생각해?" 아빠가 물었다.     


예준이는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위로해 주면... 기분이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 다른 사람이 나랑 같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꼬리를 흐렸다.     


아빠는 예준이의 생각을 정리해 주며 말했다. "그렇구나. 옆에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거네? “     


예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그런데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 “     


아빠는 잠시 고개를 숙이며 생각에 잠겼다. 예준이의 질문은 늘 아빠를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빤 상황에 따라 달라. 처음에는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나중에는 옆에서 같이 있어주는 게 더 좋을 때도 있지. “     


예준이는 마치 진행자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받아들였다.     


아빠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위로를 해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뭐가 있을까? “     


예준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음... 다른 친구를 위로해 주면 내 마음이 힘들어질 수도 있어. 그래도 위로해 줘야지. “     


아빠는 그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왜? 나도 힘들면 안 되잖아. 그럼 위로해 주는 사람은 어떤 상태여야 할까? “     


예준이는 당연한 듯 말했다. "좋은 상태! 기분이 좋아야 해. “     


아빠는 그 말을 정리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 다른 사람을 위로하려면 내 마음도 튼튼해야 한다는 거구나? “     

예준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맞아. “     


아빠는 다시 물었다. "또 다른 문제는 없을까? “   

  

예준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음... 친구가 싫어할 수도 있어. “  

   

아빠는 그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   

  

예준이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때는 '위로해 줄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   

  

아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예준이가 슬퍼하는데 아빠가 '위로해 줄까?' 물으면 이상하지 않아? “  

   

예준이는 상상하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그렇긴 하네... 그럼 '괜찮아?'라고 먼저 물어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그 사람의 말투나 표정에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겠네. “     


아빠는 대화를 마무리하며, 조금 더 깊은 질문을 던졌다.     


“그럼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어. 슬픔이나 기쁨 같은 감정은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좋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게 좋을까?”     


두 아이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친구들이랑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아!”   

  

예준이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한 듯 덧붙였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같이 나눠야 진짜 친구인 거지. “  

   

그 말을 듣고 아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들의 순수한 대답이 아빠의 마음을 울렸다. 아빠는 세상을 살며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때로는 남의 기쁨을 질투하고, 남의 슬픔을 즐기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흔히 들었던 속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사람은 이기적일 때가 많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아이들은  달랐다. 비교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와 감정을 나누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대답에서, 아빠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 순간, 예수님이 왜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사랑하신다고 하셨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빠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그래, 너희가 왜 그런 마음을 가지는지 알 것 같아.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정말 소중하구나.”     


대화가 끝나갈 무렵, 아빠는 두 아이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장미꽃 향이 여전히 은은하게 퍼져 있었고, 햇살은 아이들의 미소처럼 따뜻했다.

“오늘 이야기해 줘서 정말 고마워.” 아빠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너희 덕분에 아빠도 많은 걸 배웠어. 감정은 혼자만 가지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말이야.”    

 

예준이와 예온이는 밝은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도 아빠랑 이야기해서 좋았어!”     


아빠는 두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아빠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예온이와 예준이는 여전히 감정을 비교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빠는 그런 아이들이 대견하고, 한편으론 그 마음이 계속 자라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이 아빠에게는 삶의 중요한 가르침이었다. 사랑과 나눔, 순수함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은 아빠는 조용히 마음속에서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되새겼다.     


예준이 예온이는 장난감이 있는 방으로 향하며 말한다

“아빠 나 이제 논다”     


아빠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이 작은 대화들이 쌓여 그들의 삶에 큰 의미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이 그의 가슴속에 가득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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