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속에서 성실함을 쌓아가는 한 군인의 이야기
부리부리한 눈, 각진 얼굴. 상급자에게 혼나며 기가 눌린 대위는 병사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내뱉는 큰소리는 단지 권위를 세우기 위한 것 같았지만, 그 목소리 안에는 불안과 초조함이 은근히 묻어났다. 마치 그 목소리로 자신을 감싸는 방패라도 삼고 있는 것처럼.
그날도 어김없이 의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나 인사과장인데, 소독 도구 챙겨서 당직실로 와.”
그 짧은 100미터 거리를 스스로 걸어올 법도 한데, 당직일 때만큼은 절대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그리고 늘 똑같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선임이 오 라그래.”
무슨 중대한 질병이라도 있는 양 굴었지만, 사실 그는 단지 무좀 치료를 원하고 있었다. 그게 짜증 날 정도로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장비를 챙기며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무좀 알코올로 닦는다고 나을까? 항진균제나 바르고 군화 좀 벗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위 앞에 서면 나는 늘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발을 소독해 주었다. 그의 고집은 철벽 같았다. 의무중대장이 직접 치료법을 알려주어도,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알코올로 발을 닦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마치 그 행위 자체가 그의 성실함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주말에도 그는 부대 외부의 집에 머무는 대신, 굳이 부대로 돌아와 발을 소독했다. 발의 상태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성실함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마치 무좀을 해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을 성실하게 반복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도 된 듯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낸 후, 나는 점차 그에게 체념하게 되었다. 그의 발은 여전히 무좀으로 가득했지만, 대위는 자신이 스스로의 문제를 완벽히 관리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무좀에 집착하는 이유가 단순한 질병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의 고집스러운 성실함은 그저 병의 치료 방법을 넘어서, 자신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일종의 증명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극적으로 마지막 진급 심사를 통과했다. 나는 그 진급이 진정한 성실함의 보상인지, 아니면 그저 버텨온 고집의 결과인지 의심스러웠다.
소령(진) 계급을 단 그가 부대 내를 활보할 때, 나는 그를 보며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 순간 내가 생각한 것은 분명했다. 그의 발은 여전히 무좀으로 가득하겠지만, 그 스스로는 자신이 여전히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해 본다.
그 대위의 유일한 장점은 '융통성 없는 성실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지금도 그 고집스러운 태도로 여전히 군인의 길을 걷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