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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Oct 07. 2024

어둠 속에서 빛을 보다

하루가 끝나는 가장 마음 편한 시간

어둠은 우리에게 쉼을 주고, 그 속에서 비로소 내면의 빛이 깨어난다. 그 빛은 바로 우리의 평온이다.


세상의 해가 서서히 저물고 어둠이 찾아오면, 내 마음에 얹혔던 무거운 그림자도 함께 걷히고, 그 자리에 잔잔한 빛이 차오른다. 저녁이 되면 온종일 나를 사로잡았던 수많은 일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듯 사라진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직장에서 느꼈던 무거운 짐도 어느새 가벼워지고,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안도 서서히 희미해진다.


운전 중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가족들이 바깥에서 위험을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걱정들. 아니면 남들과 내 삶을 비교하며 가졌던 복잡한 생각들. 그런 고민들이 하나둘씩, 마치 꺼져가는 불빛처럼 서서히 내 마음속에서 사라진다.


집 안의 밝았던 조명도 은은한 주황빛으로 바뀌고, 그 빛은 나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준다. 저녁의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내겐 참 소중하다. 아이들과 아내가 식탁에 둘러앉아 책을 읽는 그 순간,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둘째 아이의 책 읽는 맑은 목소리가 내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마치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이 작은 행복만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이 침대에 눕는 순간, 그동안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던 불안도 차츰 사라진다. 그들의 고요한 숨소리를 들으며 마음속에서 남아 있던 긴장감도 완전히 풀린다. 그리고 30분이 지나 아이들이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면, 마지막 남은 걱정도 어둠 속으로 조용히 사라진다. 아이들을 향한 염려도 이제는 깊은 잠에 빠진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노트북을 켜면 하루를 돌아본다. 그날의 기억을 일기로 남기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써내려 간다. 머릿속에 떠다니던 단어들이 차곡차곡 문장이 되고, 글을 다듬고 다시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내일 피곤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나는 이내 그 생각을 잠시 내려놓는다. 마음속에서 다시 불안이 피어오를 듯하지만, 나는 노트북을 닫고 불을 끄고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집안은 다시 고요하다. 아이들이 곤히 잠든 소리가 집 안을 감싸고, 아내와 팔베개를 한 채 잠시 누워본다. 내 팔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혹은 아내가 깊이 잠들면 조심스럽게 자세를 바꾸고, 그 고요한 순간에 머문다. 휴대폰을 켜서 오늘 쓴 글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는지 확인하고, 잠시 다른 사람들의 일상도 엿본다. 그들도 나처럼 하루를 마무리하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하루는 어땠을까?


이윽고 눈을 감으면, 오늘 하루 동안 쌓였던 모든 걱정과 근심이 하나하나 사라진다. 마음속에 떠올랐던 빛은 천천히 어둠 속으로 스며들고, 나는 그 고요한 어둠 속에서 비로소 평온을 찾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시간, 무슨 일이 생길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이 순간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편안한 시간이다.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그 누구의 방해도 없는 완전한 시간.


그러나 눈을 감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알람시계가 울리며 새로운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빛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갈 시간이 다가온다.


삶이 바쁘고 때론 혼란스러울지라도, 하루의 끝에서 찾아오는 작은 고요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불안과 걱정을 내려놓고 마음의 평온을 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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