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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Oct 10. 2024

사소한 디테일이 관계를 바꾸는 순간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서

작은 변화는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관계를 움직이는 미묘한 힘이 숨어 있다. 우리는 그 차이를 알아볼 때 비로소 진정으로 연결된다.


출근 준비를 한다. 씻고 방 안으로 향해 거울을 보며 머리 손질을 마친다. 모든 것이 익숙한 동작이지만, 돌아서려는 순간 뭔가 불편함이 느껴졌다. 문 쪽으로 몸을 돌리며 순간적으로 시선이 가방을 정리해 둔 곳에 멈췄다. 작은 변화, 미세한 차이가 내 눈에 들어왔다. 가방의 순서가 평소와 다르게 놓여 있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낯선 작은 가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아내에게 물었다.

“자기, 가방 샀어?”

단순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보였다. “응, 하나 샀어. 근데 모른 척 좀 해주지...”라는 대답을 듣고 나는 살짝 당황했다. 그저 변화가 느껴져서 물어본 것뿐인데, 이게 아내에게는 그렇게 큰 의미였을까? 못 알아봤다면 서운했을까, 아니면 몰랐으면 더 좋았을까?

“알았어, 예쁘네”라는 말을 건네며 대화를 마쳤지만, 그 순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이 미세한 변화를 알아채는 나의 특성이 과연 긍정적일까, 아니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의 문제일까? 감정의 여운이 남았다.


길을 가다 우연히 지인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그 뒤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런 순간들이 늘 나를 난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나는 이럴 때 나의 시각적 예민함을 활용한다.

“어? 머리 했어?”

상대방은 잠시 생각하다 “음... 뭐 안 했는데... 아 맞다, 살짝 염색했어요”라고 답한다. 나는 그저 작은 변화를 알아본 것일 뿐인데, 상대방은 그걸 관심으로 받아들인다. “잘 어울린다. 예쁘네”라는 말을 덧붙이면 상대는 기분 좋게 웃으며 지나간다. 이런 순간들은 내가 시각적으로 민감하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때론 이렇게 사소한 관심이 다른 이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예민함이 항상 나를 돕는 건 아니다. 보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 내 눈에 들어올 때가 많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작은 어지러움, 사소한 불균형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집 안에서 흩어진 물건들이나, 직장에서 정리가 안 된 책상은 나를 불편하게 하고 결국엔 잔소리로 이어진다. 그렇게 잔소리를 하고 나면 상대방과 나 모두 감정이 상한다. 어쩔 수 없이 하는 말이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피로감은 더 크다.

이 예민함이 주는 감정적 부담은 나를 때때로 무겁게 한다. 마치 나 혼자만이 세상의 미세한 균열을 감지하고,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든다. 그로 인해 나의 삶이 더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적 예민함이 없다면, 나는 세상의 디테일들을 놓치고 더 큰 흐름만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 작은 차이들, 사소한 변화들 속에 삶의 본질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문득 생각해 본다. 나의 시각적 예민함은 단순한 감각의 특성을 넘어서, 세상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보는 나만의 방식이 아닐까? 나는 작은 변화 속에서 큰 이야기를 찾으려 한다. 아내의 가방, 지인의 염색한 머리, 책상 위 어수선한 물건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작은 신호일지도 모른다.

철학자들은 종종 말하곤 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단지 사물의 표면일 뿐, 그 이면에는 무언가 더 깊은 의미가 존재한다"라고. 어쩌면 나의 예민함은 바로 그 이면을 보기 위한 도구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나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나는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비록 그것이 때로는 과한 잔소리로 나타나더라도, 그 잔소리마저도 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 아닐까?


내 시각적 예민함은 결국 나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준다.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 보게 하지만, 그로 인해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 작은 변화 속에서 발견하는 기쁨과 불편함이, 나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모두 다르듯, 우리가 느끼는 작은 변화들이 때론 큰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당신이 놓치지 않은 디테일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나 관심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이 관계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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