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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Sep 30. 2024

내 몸이 약에 반응하는 방식

약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의 체질 이야기

작은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바다를 이루듯 나의 몸은 작은 변화에도 깊은 반응을 보인다. 그 작은 것들이 쌓여 나를 치유하고 나를 이끌어간다


작은 용량, 큰 변화

몇 년 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긴장감으로 위경련이 일어났고 그때 함께 근무하던 선생님께서 나에게 캡슐로 된 한약을 주셨다. 나는 큰 기대 없이 그 약을 삼켰다. 그런데 놀랍게도 금세 위경련이 진정되었고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그 약이 자율신경계를 조절해 준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 병원에서 자율신경계 검사를 받으면서 내 몸이 스트레스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애플워치로 측정한 심박 변이 수치는 30 이하로 고정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의 심박 변이 수치가 60에서 100 사이인 점을 감안하면 내 신경계는 거의 기능을 잃은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 문제는 단지 스트레스 반응의 둔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몸 곳곳에서 염증 반응까지 불러일으켰다. 나는 그때, 예전에 선생님이 주셨던 그 한약이 떠올랐다. 그 한약이 자율신경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해져서 다시 구매하게 되었다.


한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서 하루에 6알을 먹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처음에는 그 권장량을 따랐고, 확실히 마음이 안정되고 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6알에 5천 원이라는 가격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용량을 점차 줄여봤다. 처음에는 세 알, 그다음엔 두 알로 줄였는데, 놀랍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두 알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몸이 이완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4일 정도가 지나자 가끔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그 원인을 몰랐지만, 약을 끊자 어지러움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약물 복용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선생님은 한의사와 통화해 주셨다. 한의사는 일반적으로 여섯 알을 먹어도 문제가 없는데, 나처럼 적은 용량으로도 어지러움이 생기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내 몸이 예민해서 작은 용량에도 강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 알을 절반으로 나눠 복용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나는 그 한의사에게 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가 "예민한 체질"이라는 말을 했을 때, 내 몸이 남들보다 예민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 경험은 한약뿐만 아니라, ADHD 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DHD 약을 처음 복용할 때도 아주 작은 용량으로 시작했는데, 그 작은 양만으로도 내 몸은 빠르게 반응했다. 약을 삼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소란스럽던 생각들이 사라지고, 차분함이 찾아왔다. 작은 용량의 약이 내게 준 변화는 너무나 선명했다. 마치 내 몸이 약의 도착을 기다렸던 것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지금도 나는 내 체중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용량의 ADHD 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 몸은 그 용량만으로도 충분한 변화를 느끼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약 용량을 복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양을 찾고, 그 작은 양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내는지를 깨닫고 있다. 예민한 내 몸은 작은 것들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 작은 것들이 내 삶에 가져다주는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더 크고 귀중하다.


자율신경계와 심박 변이의 의학적 배경

자율신경계는 우리 몸의 무의식적인 생리적 반응을 조절하는 중요한 시스템으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심박 변이(Heart Rate Variability, HRV)는 심장 박동 사이의 시간 차이를 의미하며 자율신경계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HRV가 높을수록 자율신경계가 외부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반면, HRV가 낮으면 신경계의 반응이 둔화되어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내 심박 변이가 30 이하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자율신경계가 거의 균형을 잃은 상태라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단순히 심리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신체 전반에 걸쳐 염증을 유발하거나 면역 반응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율신경계가 올바르게 기능하지 않으면, 몸은 지속적인 경계 상태에 놓여 신체적, 정신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나의 몸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시에 작은 약물 용량에도 크게 반응하는 예민한 상태였다. 몸이 민감하기에 나는 더 적은 양의 약으로도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는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고 나의 신체적 특성을 더욱 존중하며 살아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작은 변화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나의 경험이 여러분에게도 영감을 주었기를 바랍니다. 몸은 그저 남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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