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계획과 불확실한 현실 사이에서
현재를 불안 속에서 보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나는 미래에 대해 늘 걱정과 불안 속에 산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나는 한 달 뒤, 1년 뒤, 수십 년 뒤까지 끊임없이 긴장하며 살아간다. 지금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그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변화에 민감해, 더욱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세세한 계획을 세우고, 변수를 미리 준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안은 단순한 생각을 넘어 내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다. 예를 들어,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머릿속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모든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비책을 세우려고 애쓰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불안해진다. 가슴이 답답하고,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오는 걸 느낄 때면 불안이 몸까지 지배하는 듯하다.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결국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만 같아, 그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학부모 상담을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어떤 대화를 할지, 예상 질문은 무엇일지, 그 질문에 내가 어떻게 답할지까지 모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심지어 그 답변에 대한 학부모의 반응까지도 상상하며 대비하는 복잡한 삶을 산다. 머릿속에서 수백 가지 시나리오가 떠다니는 동안, 현실에서는 대화 한마디 나누기 전부터 이미 지쳐버린다. 때로는 이런 불안을 피해 무계획으로 살면 더 편하지 않을까 싶지만, 완벽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그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가족끼리 보드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와 큰아들은 상대방의 수를 예상하며 치밀하게 전략을 짠다. 게임 한 판 끝나면 머릿속이 복잡해져 지쳐버린다. 반면 둘째 아이는 그저 게임을 즐긴다. 상대방의 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생각한다. 상대가 이기더라도 자신의 카드를 기꺼이 양보한다. 나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나? 너무 대충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지만, 결국엔 둘째 아이가 승리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나와 큰아들은 그렇게 계획을 세웠는데도 졌는데, 왜 둘째 아이는 승리할까?
그때 깨달았다. 미래를 세세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인생은 흘러간다는 사실을.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인생이란 늘 계획대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완벽한 계획이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많다. 시험 준비를 열심히 했어도, 시험 당일 병원에 가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결국, 아무리 계획해도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불안에 휩싸여 있는 걸까? 그 질문이 내게 남았다. ‘나중에 좋은 삶을 살기 위해’ 현재를 불안 속에서 보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미래에 대한 걱정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너무 앞을 내다보느라 지금을 놓치지 마세요. 완벽한 계획은 없더라도,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결국 더 나은 내일을 만듭니다. 오늘의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을 믿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