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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Sep 23. 2024

커피, 작은 습관의 큰 변화

커피를 끊고 찾아온 섬세한 일상의 기쁨

"작은 변화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되었고 내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한때 나는 커피에 진심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에게 "커피 한잔 할까?"라고 묻는 것이 일상이었고 갓 구운 케이크와 빵을 곁들여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커피는 그저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신맛, 쓴맛, 단맛, 그리고 각기 다른 향까지 커피 한 잔은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나만의 여유를 주는 시간이었다. 부드러운 크레마가 입술에 닿을 때 느껴지는 행복감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그런 커피를 더 즐기기 위해 나는 많은 정성을 쏟았다. 로스팅 기계를 직접 만들고 생두를 쌀사듯 20kg씩 주문해 날씨와 기분에 따라 로스팅 정도를 조절했다. 매일 우리 집은 갓 볶은 커피의 향으로 가득 찼고 이쯤 되니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파는 커피는 내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사람들과 카페에 가도 나는 차라리 다른 음료를 선택하곤 했다.


커피에 대한 나의 애정은 깊었지만 건강검진 결과가 나의 일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고 아무리 평소 건강을 챙긴다 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처음에는 원인을 알 수 없어 스트레스 때문이라 여겼다. 견과류를 먹으며 관리하려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다 역류성 후두염을 겪게 되면서 나는 커피를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하루 3~4잔씩 마시던 커피를 한순간에 끊는 것은 쉽지 않았다. 커피 머신이 눈앞에서 나를 유혹하는 듯했고 매일 아침 커피 한잔의 부재는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4개월 동안 커피를 끊으며 건강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다시 받은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상담사가 "어떻게 하셨길래 수치가 이렇게 좋아졌나요?"라고 묻자 그때서야 커피를 끊은 것이 유일한 변화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커피의 크레마가 콜레스테롤과 연관이 있었다.


커피 없는 생활은 나에게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이전에는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평온을 느끼던 내가 이제는 커피 한 모금만 마셔도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몸은 커피에 점점 더 예민해졌고 과거에 아무렇지 않게 즐기던 그 쓴맛이 이제는 몸을 지나치게 자극했다. 커피를 끊고 나서야 나는 내가 얼마나 무뎌져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커피 없이도 늦은 밤까지 깨어 있던 내가 이제는 조금만 마셔도 잠이 오지 않는 날들이 많아졌다.


커피를 끊고 나서 내 몸은 더 섬세해졌다. 작은 변화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신체 반응을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불안감과 초조함이 줄어들었고 개운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었다. 커피가 없더라도 내 일상은 오히려 더 신중해졌고 더 깊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자극에 둔감해진 채로 흘러갔던 하루가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을 더 예민하게 느끼며 채워지고 있다. 이른 아침에 자연스레 잠에서 깨어나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쁨을 느낀다.


그리웠던 커피의 향이 가끔씩 생각날 땐 "디카페인 라떼 한 잔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나 자신을 낯설어하지 않는다. 커피를 끊은 후의 삶은 단순히 음료의 부재를 넘어서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느끼는 삶으로 변화되었다. 작은 변화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알게 되었고 내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더이상 커피 한잔의 자극에 의존하지 않아도 내 삶은 여전히 충분히 풍부하고 만족스럽다.


커피 한 잔의 습관이 내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셨나요? 때로는 작은 결단이 삶을 더 섬세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를 깊이 들여다보고 진정한 휴식을 찾는 여정을 시작해 보세요.

아내가 만든 치즈케익과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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