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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Oct 12. 2024

이렇게든 저렇게든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

놀이의 의미

차 안은 잔잔한 공기로 가득했다. 창밖으로는 붉은 노을이 차창에 살짝 비치며, 점점 더 어두워져 가는 저녁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차분한 곡이 흘러나왔고, 그 선율은 차 안의 대화를 감싸듯 은은하게 울렸다.

아빠는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앉아 있는 예준이와 예온이를 힐끗 바라보았다. 두 아이는 각자 창밖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얘들아, 오늘은 이런 얘기 한번 해볼까?” 아빠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랑 노는 게 더 좋을까, 아니면 너희끼리 노는 게 더 좋을까?”

예준이와 예온이는 아빠의 질문에 놀란 듯 서로를 잠시 쳐다봤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응, 괜찮아!” 예준이가 먼저 대답했다. 예온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빠는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럼 설명 없이 바로 얘기해 보자. 예온이 먼저 말해볼까? 엄마 아빠랑 놀 때 뭐가 제일 좋아?”

예온이는 잠시 망설이며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깜빡였다. 차 안은 여전히 고요했고, 라디오의 피아노 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음... 아직 생각이 안 났어, 형이 먼저 말해” 예온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 그럼 예준이가 얘기해 보자.” 아빠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준이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동생이랑 놀면 진짜 재미있어! 특히 보드게임 할 때 내가 이길 수 있거든. 내가 동생한테 게임을 알려줄 때도 재미있고, 같이 놀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

예온이도 맞장구를 치며 끼어들었다. “맞아! 형이랑 같이 베이블레이드 할 때가 진짜 재미있어. 혼자 돌리면 심심한데, 형이랑 같이 하면 훨씬 더 신나!" "그리고 상황극 놀이 할 때는 내 생각대로 놀아서 좋아"

두 아이가 서로 마주 보며 웃는 모습에 아빠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이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형제간의 유대를 키워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 너희들끼리 놀 때 문제점은 뭐가 있을까?” 아빠가 다시 물었다.

예준이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잠시 생각했다. “가끔 의견이 안 맞아서 싸울 때도 있어.”

“그럴 땐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아빠는 아이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해졌다.

“음...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내일은 예온이 의견을 따르는 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해결할 수 있어.” 예준이는 늘 그래왔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예온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런데 가끔 양보하려고 하다가도 싸우는 경우가 있어. 양보하겠다고 했는데, 누가 먼저 양보할지로 싸우게 되기도 하거든.”

아빠는 잠시 멈칫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의 대답이 예상 밖이라 웃음이 나왔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준이는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답했다. “더 하고 싶은 사람이 먼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한번 더 생각해서 누가 더 하고 싶은지 정하는 거야.”

예온이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형이 하자고 하면 난 그냥 형이 하자는 대로 할래.”

차창 밖으로는 노을이 더욱 짙어졌고, 차는 도로 위를 부드럽게 달리고 있었다. 아빠는 두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고민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아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형제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조율하려고 하는 모습이 뿌듯했다.


“그럼 이번엔 엄마 아빠랑 놀 때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아빠는 부드럽게 물었다.

예준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마 아빠는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해주니까 좋아. 우리가 잘할 수 있게 도와주잖아.”

아빠는 미소를 지으며 예준이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예온이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은 어딘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예온이는? 엄마 아빠랑 놀 때 뭐가 좋아?” 아빠는 부드럽게 물었다.

예온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 아빠가 우리랑 놀면… 고생하는 것 같아.. 남은 일을 늦게까지 해야 하잖아. 그래서 미안해.”

아빠는 그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고생'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울렸다. 그는 백미러로 예온이를 바라보았다. 아빠는 아이가 느끼는 무거운 감정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이런 신호를 보낸 걸까?'

조심스럽게 아빠는 물었다. “예온아, 엄마 아빠랑 놀 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불편했어?”

예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조금….”

아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불편해하지 않아도 돼. 엄마 아빠는 너희랑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일이 늦어지는 건 우리 선택이야, 절대 너희 때문이 아니야.”

예온이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작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 아빠는 마음이 풀렸다.


아빠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결론은 엄마 아빠랑 노는 것도 좋고, 너희끼리 노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야.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사랑을 나누는 거야. 그리고 너희끼리 놀 때는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을 익히는 좋은 기회란다.”

차 안은 한결 부드러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저녁노을이 서서히 사라지고, 창에 비친 두 아이의 얼굴에는 평온한 미소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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