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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쉐르 Oct 05. 2024

아이들 관점의 책과 삶

책이란?

저녁이 깊어가고, 식탁 위에는 따뜻한 조명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책을 한 권씩 펼치고 있었지만, 그 순간 공기 속에는 묵직한 대화가 움트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할 좋은 타이밍이라고 느꼈다.


"우리 집에 책이 많은 게 좋을까? 아니면 조금만 있어도 될까?"
내 질문에 예준이는 곧바로 대답했다. 그의 눈빛엔 특유의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나는 가난할 때 책이 많으면 좋겠어. 책을 많이 읽으면 똑똑해져서 돈도 많이 벌 수 있잖아."
그의 목소리엔 책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는 확신이 느껴졌다. 책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아이의 마음이 진지하게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럼 가난하지 않으면 책을 많이 안 읽어도 된다고 생각해?"

예준이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래도 읽어야 해. 나라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작은 아이의 입에서 ‘나라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벌써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니,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나는 아이들의 생각을 더 깊이 듣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 뭐가 좋을까?"

예준이는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똑똑해질 것 같아. 재미도 있고!"
옆에서 조용히 책장을 넘기던 예온이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책을 통해 옛날 사람들의 지식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알 수 있어."
준이 맞장구치며 말했다.
"맞아. 책을 읽으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할 수 있게 돼."

나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사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거야. 다른 사람이 몇 년 동안 고민하고 쓴 내용을 우리는 한두 시간 만에 배울 수 있지. 그러면 시간을 아낄 수 있잖아? 책을 읽는 건 우리 시간을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야."

아이들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준이와 예온의 눈빛에 새로운 깨달음이 번뜩였다. 그들이 책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 더 성숙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책이 많으면 다 읽지도 못하고 먼지만 쌓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공간도 많이 차지할 것 같고."
나는 살짝 웃으며 물었다.

예준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책을 많이 읽어서 똑똑해지면, 이사를 할 때 어떻게 책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옮길지 생각할 수 있을 거야!"
그의 기발한 대답에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발랄한 상상력이 순간을 더욱 빛나게 했다.

예온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집이 좁아지니까 책이 조금만 있어도 될 것 같아. 그리고 같은 책을 계속 읽어도 재미있어."
그의 말투엔 특유의 차분함이 담겨 있었다.

나는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예온이는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구나?"

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한 권을 계속 읽다 보면 매번 새롭게 보이는 게 있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반복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깊은 통찰을 담은 그의 말에 나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아이들이 책을 대하는 방식에서 그들의 성격이 드러난다는 걸 깨달았다. 예온은 깊이 파고들어 가 배움을 탐구하는 스타일이고, 준은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모험가 같았다.
"그래서 예온이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고, 준이는 새로운 책을 찾아 읽고 싶어 하는구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배움을 즐기네."


나는 이어서 물었다.
"그럼 책이 적으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예준이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책이 적으면 많이 배우지 못하고, 놀기만 할 것 같아."
예온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 많이 배울 수가 없을 것 같아."

나는 그들의 대답에 미소 지었다.
"책이 많든 적든 중요한 건 우리가 책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하느냐겠지.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할 때도 있고, 반대로 많은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지식을 쌓는 것도 가치 있지."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럼 예준이는 우리 집에 있는 책 중 몇 퍼센트나 읽은 것 같아?"

준이 부끄러운 듯 대답했다.
"한 70%는 읽은 것 같아!"
예온은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몇 권 안 되는 것 같아. 같은 책만 계속 읽으니까."

그들의 대답에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지만, 우리는 모두 나름대로 배움을 얻고 있구나. 책을 통해 성장한다는 건 참 멋진 일이야. 다른 사람의 지식을 읽으면서 우리는 더 빠르게 더 많이 배울 수 있으니까."


저녁 공기가 더 차분해진 듯 느껴졌다. 창밖엔 어둠이 깔리고, 집 안은 여전히 따스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의 대화는 책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우리 가족의 관계와 배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들의 생각이 조금씩 더 깊어지고, 나 역시 이 대화를 통해 그들과 함께 성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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