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기술의 경계에서 아이들의 순수한 이야기
달콤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위에 하얀 초콜릿 곰인형이 서있었다. 예준이의 생일 파티는 화기애애하게 진행 중이었고 각자의 접시에 담긴 케이크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밝은 햇살이 거실 창문을 통해 들어와 아이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예준이와 예온이는 차가운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며 씩 웃었다.
그 미소를 보며 아빠는 흐뭇하게 아이들을 바라봤다.
“자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오늘은 우리 예준이가 주제를 정해 보는 건 어때?” 아빠는 여유 있게 말문을 열었다.
예준이는 기다렸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번에 내가 말했던 거!”
아빠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뭐였더라? 다시 한번 말해줄래?”
“AI 선생님이 좋은지 사람 선생님이 좋은지 이야기했던 거 있잖아!” 예준이는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키며 신나게 외쳤다.
아빠는 그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맞다! 예준이가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AI 선생님과 사람 선생님, 뭐가 더 좋을까?”
아이들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AI 선생님은 더 똑똑할 것 같아.” 예준이가 먼저 대답했다. “지식이 정말 많으니까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실수해도 뭐라고 안 할 것 같고”
예준이는 잠시 멈추고 아빠를 바라봤다.
“화도 안 낼 거야.” 예온이가 입을 닦으며 말했다. “AI는 감정이 없으니까 그저 친절하게 가르쳐 줄 것 같아.”
예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실수하면 AI는 바로잡아줄 거야. 사람 선생님처럼 화내지 않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차분하게 설명해 주겠지.”
아빠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AI 선생님의 문제점은 뭘까?”
예준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답을 내놓았다. “AI는 감정이 없어. 그냥 기계잖아.”
“맞아.” 예온이가 덧붙였다. “AI는 실제로 만나거나 같이 놀 수 없잖아. 그냥 컴퓨터 속에 있는 선생님일 뿐이니까.”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렇구나. 그걸 상호작용의 부족이라고 해. 그러니까 함께 놀거나 활동할 수 없다는 뜻이지?”
예준이는 다른 생각이 있다는 듯 아빠를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AI랑도 놀 수 있지 않아? 더 똑똑하니까 같이 놀면 더 재밌지 않을까?”
아빠는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AI는 우리 수준에 맞출 수 있지만, 감정을 나누거나 진짜 친구처럼 상호작용하는 건 아직 어려운 일일 거야. 대화를 할 순 있지만, 마음을 알아채거나 공감을 나누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예준이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나에게 맞게 놀거나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빠는 두 아이의 말을 정리해 주었다"예온이가 말하는 '놀다'는 감정 교류를 뜻하고, 예준이가 말하는 '놀다'는 대화나 목표 중심의 놀이 활동을 뜻하는 거네" 예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사람 선생님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
예준이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한 뒤 말했다. “사람 선생님은 감정이 있어서 우리가 슬플 때 위로해 줄 수 있어. 근데 문제는 진도가 느려서 빨리 배울 수 없다는 거야.”
“맞아.” 예온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람이니까 우리가 말하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AI는 우리가 왜 슬픈지 모를 수도 있잖아. 사람 선생님은 우리가 힘들어하면 알아차릴 수 있지.”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사람 선생님이 감정을 이해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좋구나. 그럼 사람 선생님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해?”
예준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혼을 낸다는 거…”
아빠는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혼낼 때, 알려주고 타이르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혼내는 게 더 문제인 거지? 그게 좀 무섭구나.”
예준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혼나면 너무 무섭고, 뭘 잘못했는지 모르니까 혼란스러워. 그리고 가끔은 바로 질문을 못 하는 것도 답답해.”
예온이는 형을 지켜보다가 맞장구쳤다. “그리고 선생님도 가끔은 모를 때가 있을 수도 있어…”
아빠는 아이들의 대답을 들으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예준이와 예온이는 어떤 선생님이 더 좋다고 생각해?”
예온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난 사람 선생님! 감정을 나눌 수 있으니까.”
예준이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한 뒤에 말했다. “나는 1년에 한 번씩 바꿔보고 싶어. 근데 지금 선택해야 한다면 AI 선생님이 더 좋을 것 같아.”
아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AI 선생님이 더 좋아?”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있으니까.” 예준이는 신이 나서 말했다. “지금 배우는 게 너무 쉬워서, 더 어려운 걸 배우고 싶어. AI 선생님은 1:1로 가르쳐주니까 내가 더 빨리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예온이는 그 말을 듣고 금방 생각이 바뀐 듯했다. “나도 AI 선생님으로 바꿀래! 빨리 배워서 더 많이 놀고 싶어!”
아빠는 아이들의 반응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런데 진도가 빨리 나가면 그만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텐데?”
예온이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많이 복습하면 되지! 빨리 배워서 더 놀고 싶어.”
아빠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아까 AI 선생님은 감정이 부족해서 상호작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잖아. 그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예준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기술을 발전시켜서 AI도 감정을 학습하게 만들면 좋을 것 같아. 모습도 사람처럼 만들면 우리와 더 잘 어울릴 수 있겠지.”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좋은 생각이네. 그럼 사람 선생님의 언제든지 만날 수 없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예온이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학교를 사서 선생님이 사는 곳을 만든 다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
예준이는 살짝 고민하다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아니면 선생님을 집에 초대하거나, 전화를 하면 되지 않을까?”
아빠는 아이들의 대답을 들으며 웃음을 지었다. “그럼 선생님이 감정적으로 혼내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예준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께 ‘제발 혼내지 마세요’라고 말해야지!”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시끌벅적해졌다.
마지막으로 아빠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 같니?”
예준이는 잠시 생각한 뒤 신중하게 대답했다. “AI가 선생님이 되는 시대가 올 것 같아. 지금도 자동차가 AI로 운전하는 시대잖아. 점점 더 많은 선생님이 AI로 바뀔 것 같아.”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사람과 감정을 나누는 건 잊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오늘도 정말 좋은 대화였어.”
아이들은 아빠의 말을 듣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정말 재밌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