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부담과 사랑의 가치
그날 저녁, 식탁 위에는 따뜻한 음식이 놓여 있었고, 가족들은 하루의 일과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아빠는 뉴스를 보며 마음에 남았던 주제를 꺼냈다.
“요즘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잖아. 너희는 왜 그런 것 같아?”
예온이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하더니,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음…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아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온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단순히 나이 때문만은 아닐 거야. 사람들은 점점 더 편하게 살고 싶어 하고, 집값이나 생활비 같은 경제적 부담도 커지니까 아기를 낳는 걸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 같아.”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 예온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시 말했다. “근데 요즘은 아예 아기를 낳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아빠는 그 말에 무게를 실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나라에서 양육 지원금 제도를 만들었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해 주는 거야. 그런데 돈을 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을까?”
예준이는 이때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 “그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사람들이 돈이 필요하니까, 그 돈이 있으면 아기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예온이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돈이 있으면 생활이 조금은 나아지니까, 아이를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아빠는 잠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 돈이 있으면 도움은 되겠지. 그런데 아이를 낳는다는 건 단순히 돈만의 문제가 아니야. 책임감도 커지고, 개인 시간이 줄어들고, 해야 할 일이 많아지잖아. 정말 돈만으로 해결될까?”
예준이는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럼, 돈을 지원해 주는 대신에 아이를 꼭 낳게 하는 조건을 붙이면 어떨까? 법으로 만들면 사람들이 더 낳지 않을까?”
예온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느닷없이 말했다. “그럼 아이를 안 나으면 감옥에 보내는 법을 만들면 되는 거 아냐?”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이 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억지로 아이를 낳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일까? 사람들은 사랑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예준이는 잠시 당황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낳지 않을까? 나라에서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점검하면 되잖아.”
엄마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도 맞아. 그런데 아이를 키우는 건 사랑과 책임이 있어야 해. 단순히 돈 때문에 낳는다면, 그 아이가 정말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잠시 조용해졌다. 엄마의 말이 깊게 와닿은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아빠가 차분하게 말을 정리했다. “결국,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일이야. 나라가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정말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거겠지. 돈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과 그 안에서의 기쁨을 느끼는 거야. 지금처럼 우리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이 순간처럼 말이야.”
아이들은 아빠의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고, 그날 저녁의 대화는 따뜻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되었다. 식탁 위에는 아직도 웃음과 따뜻함이 가득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