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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인천공항에서 호치민까지

설렘과 여정의 시작

by 몽쉐르

공항에서의 에피소드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5시였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출국장에는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공항의 전광판 불빛과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직 밤의 잔재가 남아 있는 공항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우리가족은 비엣젯 항공, 부모님은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할 예정이었다. 출발 시각은 20분 차이였지만, 공항으로 향하는 도중 부모님의 비행기가 1시간 20분 지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먼저 출국 심사로 향했다. 새벽 출국 심사장은 모두 열려있지 않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다행히 둘째가 아직 7세라 교통약자 통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내년이면 이 혜택도 끝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아쉬움이 밀려왔다.

검색대는 언제나 긴장되는 순간이다. 양압기를 사용하는 우리는 별도의 작은 캐리어에 기기를 담아야 했는데, 검색대에서 한 번 걸렸다. 내가 생각하지 않은 문제가 생길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요즘은 양압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큰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출국 심사장을 지나, 아이들과 함께 비행기 출발 전광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기대감에 들떠 밝은 표정을 지으며 포즈를 취했다. 우리가 타야 할 비엣젯 항공은 저가항공사라 기내식이 없었기에, 근처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영업하는 음식점이 몇 개 없었다. 햄버거, 음료, 감자튀김을 샀다. 나는 탑승해야하는 121번 게이트 앞에서 기내용 캐리어를 식탁삼아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펼쳤다. 햄버거를 입에 한입 가득 넣고 신이 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이들이 “탄산음료는 조금만 마실게요”라며 스스로 조절하는 모습에 괜히 대견함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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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의 설렘과 비행기 안의 시간

비행기에 탑승전 좌석 배치를 확인해 보았다. 나는 아이들과 붙어 있는 자리였지만, 아내는 따로 떨어져 있었다. 장시간 비행에서 아이들 돌봄은 내 몫이 되었다. 다행히 아이패드에 영화와 게임을 미리 준비해 둬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 마자 피곤함이 몰려왔다. 나는 설잠이 들었다. 비몽사몽인 상황에 아이들은 뭔가 하며 놀고 있었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비행기가 20분정도 지연된다는 방송을 들었고 또 이륙하는게 느껴졌다.

비행기를 많이 타서인지 아이들은 창밖 풍경엔 관심이 없었다. 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나를 깨웠다. “아빠, 이게 뭐야?” “아빠, 우리 게임하자!”라며 호기심과 기대에 차 있는 목소리로 나를 흔들어댔다. 조금 더 자고 싶어 아이패드에 저장해 온 영상을 틀어줬지만, 금방 흥미를 잃고 예온이는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고, 예준이는 나와 숫자 야구 게임을 시작했다. 졸린 머리로 아이들과 네 자리 숫자 맞추기 게임을 하며 함께 웃고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 안에서 보내는 다섯 시간 넘는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작년에는 국적기를 이용해 좌석도 넓고 앞좌석 화면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기에 낮 비행도 꽤 편안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낮 시간 동안 깨어 있는 상태로 5시간 20분을 버티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오히려 새벽 비행기를 탔다면 어설픈 잠이라도 자며 시간을 금방 보낼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다음번에는 꼭 새벽 비행기를 이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들도 새벽 비행기가 좋을 것 같다며 같은 의견을 내놓았는데, 이 긴 비행 시간이 그들에게도 꽤나 지루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호치민 상공에 도착하다

창밖으로 호치민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하늘을 돌며 서서히 착륙 준비를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알고 보니 공항에 착륙 대기 중인 비행기가 많아 하늘에서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는 이미 계획했던 시간보다 늦어진 상태였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모든 피로가 녹아내렸다. 따뜻한 베트남의 공기가 가족을 맞이해 주는 것 같았다."드디어 시작이구나." 아이들의 손을 꼭 잡으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18일간의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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