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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지 않는 마음의 자리

by 잎새달 이레

밤은 쉽게 깊어지고

나는 자꾸만 멀어진다.


창밖에 걸린 어둠을 오래 들여다본다.

빛은 더디게 오고,

나는 그 더딤 속에서 스스로를 잃는다.


별빛은 아직 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도착하지 못한 채,

수만 년을 흘러

겨우 이곳까지 오는 빛.


내가 품은 마음도 그럴까.

도달하지 못한 자리에서

끝내 닿지 못한 채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멀리서 불어온 바람은 금세 식어버리고

손끝에 잠깐 걸렸다 사라진 온기는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잡으려 할수록 빠져나가고,

안으려 할수록 더 가벼워진다.


나는, 기다림의 모양으로 앉아 있다.

빛은 머물지 못하고

바람은 멈추지 못하고

나는 붙잡지 못한다.


그렇게 흘려보낸 날들 위로

낯선 계절이 쌓이고,

아직 익지 못한 내 마음은

늘 반쯤은 그림자 속에 놓여 있다.


오늘의 나는

나를 비껴가는 것들로 가득하다.

멀리 흩어져 있는 것들에게만

끝내 걸려 있다.


그러면서도

내 안에서만 자라는 어떤 슬픔이 있다.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하고,

나조차 다 말할 수 없는 슬픔.


어쩌면 그 슬픔이 나를 지탱하는지도 모른다.

빛이 완전히 닿기 전에

늘 어둠 속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나는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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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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