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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골 Mar 06. 2024

노래방 정밀채점 점수 잘나오는 행동강령..txt


22년 9월에 연고대 출신들로 구성한 모임에 몇 번 나갔다. 어느날 스타벅스 5만원권이 상품으로 걸린 노래방 내기가 열렸다. 정밀채점 평균점수 1등이 수상기준이었다.

 정밀채점은 음정, 박자를 종합하여 점수를 산출하며 실시간 미분계수가 화면에 나타난다. 그래서 고득점을 내고 싶으면 노래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눈을 감는다거나 시선을 돌려서는 안되고, 화면을 계속 응시하며 점수가 떨어질 때마다 박자나 음정을 적절히 교정해야 한다. 나는 이걸 이행했다.

 내가 첫번째 순서로 불렀는데, 첫 곡 부르는 당시의 주변 반응과 점수 공개 후부터의 주변 반응이 사뭇 달랐다. 부르는 와중에 "잘하는 거야?" "그럼, 잘하는 거지."라는 서로 의견이 분분한 소리를 들었는데, 점수 공개 후부터는ㅡ 내 차례가 돌아오면 정색하면서 감상만 하니까 되려 내가 의식하게 되었다. 그 날은 고대 출신들만 있었는데, 역시 공부 열심히 한 고려대 출신들은 정량점수의 권위에 잘 승복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다수의 시선 속에서 음정, 박자를 잘 맞추려면 기본적으로 뻔뻔해야 한다. 자기 실력에 자신이 없거나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때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은 괜히 부끄러우니까 1등 욕심 없는 척, 개그 컨셉으로 가는 척, 안 진지한 척을 해서 사람들 기대치를 미리 떨어뜨려 놓는 경향이 있다. 그로써 나중에 저득점을 받아도 무안하지 않게끔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순수하게 고득점을 내는 데에는 해로운 포지션이다.

 또한 처음부터 다른 사람과 점수 차이를 벌려놓으면 좋다. 추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열심히 해서 역전의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 미리 퍼포먼스를 잘 내놓아서 상대로 하여금 대세가 결정됐다는 착각을 하게 하면 인식이 곧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남자는 뭐 하나라도 잘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놓으면 그 다음부터 가만히 있어도 네트워킹이 재미있어지게 마련이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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