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전에 '인간에게서 폭력을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지인에게 공유했습니다. 아래는 공유 이후의 대화 내역입니다.
지인: 잘봤습니다. 무기를 제한할수록 원시성이 강해지는 환경이 조성되죠. 그래서 한국에 취업한 외국인이 볼 때 한국인은 인상을 인위적으로 쓴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네요.
나: 어느 정도 그런 경향이 보이네요. 표정이 띠꺼울 때가 많죠. 몇 달 전에 스누라이프 연애게시판에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 인상의 유형으로 2가지가 언급되던데, 하나가 금융권 금수저 특유의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은근 깔보는 듯한 여유로운 미소였고 다른 하나가 해맑은 미소년적 자신감에 찬 웃음을 띠는 그런 남자였습니다. 후자의 정해인 류 인상이 선망받는 것 자체가 한국의 대부분~상당비율이 여유 없는 사회생활, 대인관계에서 나오는 띠꺼운 표정이 디폴트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인: 그 띠거운 표정이 인간관계에서 을이 되지 않을려고 자신이 기가 쎄다는 걸 곤두 세우는 건데, 생각해보면 남자도 여자한테 그런 모습이 너무 표독스러워서 반대되는 성향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듯 합니다.
나: 일부 남초사이트에서 자국민 이성과 일본인 여자 웃는 표정, 눈매를 비교하면서 일반화하는 것과 결이 같네요.
무해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정해인의 인상
나: 그와 별개로 인상이 더러워지는 걸 '사회생활 물 먹은' 훈장으로 여기는 경향도 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조금은 자유롭지 않을까 하지만 남이 보기에 어떨지 모르죠. 대신에 표정이 없다는 지적을 가까웠던 여자에게 받은 적 있습니다.
지인: 약간 폐쇄적인 사회구조에서는 인상 더러운 게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고
나: 공조직이 유독 그렇더군요.
지인: 영업처럼 넓은 구조에서는 인상이 좋은 사람이 유리하다고 봅니다. 공무원이나 사무직의 경우 인사체계가 수직적이고 같은 직급끼리 승진 경쟁을 하니 그런 경향이 강해지죠.
지인: 아까 금융권 이상형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해보면 공격적인 인상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구조와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매력을 느끼는 걸수도 있습니다.
나: 그렇네요.
지인: 다 늙은 할아버지가 여전히 조직폭력배 회장을 하고 있는거나 기업총수로 있는것도 그런 맥락이죠. 조직의 우두머리로 있기 위해서 굳이 공격적인 성향과 신체능력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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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서 말하는 '인상'이 온라인 관상 홍위병들이 애꿎은 사람들에게 예비 범죄자 낙인을 찍는 사후확증 편향과 아예 결이 다름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표정이 별로여서 손해를 본다는 결론으로 끝나는 얘깁니다. 그리고 7색 무지개가 실제로는 연속에 가까운 스펙트럼인 것처럼, 띠꺼움 류와 정해인/금융권 류 그리고 그 외 나머지를 칼로 무 자르듯 3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인상이 '대놓고 불쾌해서 인상을 찌푸리는 것'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아주 친하지는 않아 불편한 사람이거나 손익이 달린 관계처럼 은근히 상호 경계심이 생기는 경우에 나오는 인상입니다.
위 대화에서 언급된 폐쇄적인 사회구조를 심화하는 요인 중 하나가 고용시장 경직성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