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장 분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골 Mar 18. 2024

이익집단 눈치를 보는 주변 인플루언서들 feat.과두정

그라쿠스 형제, 링컨, 루즈벨트와 오늘날

팔로워가 어느 정도 이상 되는 사람들이 로비를 받고 특정한 논조의 메시지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건 공공연한 얘기이다. 그러나 내가 사적으로 메신저를 한 적 있는 사람들 중 일부가 뒤에서 하는 말과 앞에서 내는 메시지가 상충하는 걸 직접 보니까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이는 민의가 형체를 띠지 않는 모래알인 반면 이익집단은 이권으로 강하게 뭉치는 힘이 있기 때문이고, 아무리 투표로 선출한다고 해도 피선출자를 1차적으로 거르는 예선전이 당심-즉 과두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느 집단, 에컨대 당에 들어가서 유력 인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우선 인지도를 높여야 하고 나를 도와줄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예전에 도왔던 사람들이 나중에 나를 도와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남을 돕기 제일 쉬운 방법 중 하나가 그들이 소속한 이익집단을 옹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옹호를 막상 들어보면 일정부분 그럴싸하다. 관련 쟁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엉터리에 불과하지만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으로 1문장 1문장 물타기를 해놓는 걸 문외한들이 보면 어.. 어.. 하고 현혹되기 십상이다.

시저(카이사르) 조각상

 이익집단을 옹호함으로써 일시적으로 받는 눈총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반면, 이익집단을 적으로 돌리면 불리해진 지형을 계속 감수하고 가야 한다. 진영 전체의 이익이 되는 선택이 그 진영에 속한 개개인에게는 부담이 된다.

 몇 년 전에 이 말을 직접 한 유력 인사도 지금 이익집단 쉴드치고 있다.


 요컨대 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방향의 변화를 원한다고 한들 그들 1명 1명이 뭉칠 창구가 존재하지 않는 반면, 이익집단이 변화를 가로막고 갈 지 자로 드러눕는 건 너무 쉬운 액션이다.

.

 동서고금 이런 과두제의 특성을 견제하는 천적이 참주(tyrant)이다. 로마의 그라쿠스 형제가 대낮에 암살당한 이유이기도 하고, <고려거란전쟁>에서 현종 캐릭터가 정통성 낮은 신하들과 결탁해서라도 토호를 잡고 싶어하는 장면이 이를 드러내기도 하고, 참주의 재임 중 인기와 퇴임 후 재평가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링컨과 루즈벨트가 그랬듯이 행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일이 나중에 가서 보면 선견지명인 경우도 생각보다 적지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페이스북 생태계가 쇠락한 메커니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