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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골 Mar 19. 2024

헬스트레이너와 나눈 메타인지에 대한 대화

모 유투버 실험의 편향, 뇌과학, 자청

 이번에 받는 PT 강사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어제는 어쩌다 보니 메타인지 얘기를 했다.


나: 지금 헬스나 보컬 유투브는 진짜 자신 있는 트레이너들만 하잖아요. 그런데 배우는 입장인 사람들이 sns에 인증을 하고 트레이너들이 거기에 피드백을 해주는 양방향 플랫폼이 생긴다면, 원래 유투브 할 정도는 아닌 사람들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그 sns를 많이들 사용하지 않을까요?


트레이너: 지금도 유투버들끼리 싸우는 거 보면 그게 생기면 더 싸우겠단 생각이 들어요.

나: 그것도 그렇네요. 예전에는 유투브 자체가 커지는 시기여서 싸울 유인이 없었는데 이제 진짜 포화상태여서 이미 있는 사람끼리 싸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연애 유투브, 보컬 유투브, 운동 유투브에서 자기가 원조라고 과시하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트레이너: 중위권 유튜버가 상위권 유투버의 자양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하버드 실험에서 공부 중위권 학생들이 상위권 학생들에 갖는 열등감을 제거했더니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더라고요. 운동 유투브도 비슷한 메커니즘이 있지 않을까요?


나: 그럴 수도 있겠네요.


트레이너: 그러고보면 상위권 학생들과 중위권 학생들이 시험 잘쳤을 때의 반응도 다르대요. oo님은 학창시절에 어떠셨어요?


나: 저는 그때그때 달랐는데.. 큰 실수 안 하고 한 만큼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했어요.


트레이너: 아.. 하긴 oo님은 이제 입시 치른 지 한참 되셨으니까 (옛날 기억이 잘 안 날 것이다). 보통은 상위권 학생은 자기가 이만큼 했으니까 마땅히 받았어야 할 성적이라고 말하는 반면에 중위권 학생이 시험을 잘치면 "한 거에 비해 잘나왔다"라고 반응한대요.


나: 그런 경우 많이 보긴 했어요. 학습된 패배의식과도 연관이 있고, 학습된 패배의식이 참 무섭죠.


트레이너: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메타인지에 능하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 인간관계나 이런 분야에서는 오히려 젬병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트레이너: 하긴 그건 그렇네요.


트레이너: 어느 유투버가 진행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단어를 외우게 한 다음 본인이 단어를 몇개쯤 정확히 외웠는지를 어림하게 시켰을 때, 그걸 정확히 파악한 메타인지 고수들이 나중에 공부에서도 상위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나: 단어 암기라는 종목 자체가 공부와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학교에서 시험 친 후 학생들끼리 답 맞춰 보는 시간에도 상위권 학생이 진단한 정오표가 대체로 맞는 것처럼요. 만약에 '누가 누구한테 반했나' 이런 종목이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거라 생각해요.


트레이너: 그것도 그렇네요.

자청의 역행자

나: 그러고보면 15년쯤 전에 '시크릿'같은 유사과학이 흥했잖아요. 이제 와서 생각하면 연금술이 현대화학의 전신이 된 것처럼 시크릿도 뇌과학의 함의점을 부분적으로 선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인이 자기 잠재력에 상한을 그어두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되는데, 성공한 본인을 상상할 수 있어야 그만큼 우물을 찾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트레이너: 맞아요, 맞아요.


나: 그런 점에서 자청이나 조던 피터슨 이런 동기부여 인플루언서들이 큰 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자청은 본인이 실제로 이루지 않은 걸 이뤘다고 과장한 게 문제된 걸로 알아요.


트레이너: 맞아요. 자청의 메타인지만큼은 정말 대단하죠.


나: 근데 메타인지와 동기부여에 능통한 사람들 자체가 본인이 어떤 경지에 이르기 전부터 그 경지로 다다르는 방법론 자체는 꿰고 있을 거고, 결국 자기가 직접 이루기 전부터 과장광고를 감수하고 동기부여를 설파하는 인플루언서가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아요.


트레이너: oo님이랑 이런 대화를 해보니까 그 전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네요.


나: 저도 사람 내면의 동기부여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이래저래 알아보고 고민을 해봤네요.


트레이너: 오늘 pt는 여기까지입니다. 좋은 말씀 잘 들어서 좋았네요.


나: 저도 자청처럼 여자한테 인기가 한 50만큼 많은 걸 200만큼 많다고 부풀리고 다녀야 하나 싶네요.


트레이너: 하하. 자청도 책에서 보면 한창 찐따이던 시절에 친구를 잘만나서 옷 잘입고 잘꾸미게 됐다고 하던데, 초라하게 다니던 사람이 정말 단기간에 그렇게 바뀌었을지 의심스럽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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