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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골 Mar 21. 2024

틴더, 페이스북, 오르비가 주요대학부터 포섭한 이유

대학생으로 위장하고 사교계에 침투해서 미남미녀부터 포섭한 틴더 코파운더들

 페이스북, 틴더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는 이미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그다지 고급 브랜드도 아니었다. 그래서 미국 본토에서 창업(創業)할 때와 전세계에서 수성(守城)할 때의 전략과 철학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한국에서는 간과하기 십상이다. IT 플랫폼이 힘없는 사람, 다소 이상한 사람들에게도 발언권과 매칭 기회를 제공한 경제민주화 선도자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초기에는 신기술 적응력이 높은 청년 중에서도 영향력이 높은 주요대학에서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 재학 중에 여자친구에게 이별 선언을 받고 여학우 외모 평가 사이트를 개설하여 정학을 먹었다. 그게 하버드생 네트워킹, 즉 The Facebook의 전신이다. 시작은 졸렬하고 끝은 창대한 전형이다.

 곧 The Facebook은 동부, 즉 아이비리그 일대 학생들 다수가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었다. 그러자 다른 다수의 사람들도 편승하고 싶어지는 고급 브랜드 플랫폼이 되었고, 곧 모든 미국인과 전세계인이 사용하게 되었다.


 요즘 들어 국내에서 흥하는 오프라인 네트워킹 서비스들도 스타트업 씬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 주변인들로 출발하여 규모의 경제를 이뤄나간 경우가 숱하다.


찌질남 저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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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비즈카페'에 올라온 틴터 창업기 초기 인터뷰에 따르면 대학생이 아닌 시기에 대학생으로 위장하여 사교계에 침투한 후 거기서 제일 인기가 많은 인싸이더들, 즉 외모가 수려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요즘 표현에 따르면 '알파메일이 사용하는 틴더' 이런 식의 마케팅으로 곧 평범한 소비자들도 사용하고 싶게끔 만들었다. 틴더 대표는 "다들 많은 고객을 얻는 걸 중시하는데, 내 생각에 처음에는 인싸들의 마음을 얻어서 고급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인터뷰 했다.


 회사를 키우는 데에 돈, 기술, 이권 3요소가 갖춰지면 좋다고 하는데,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집단에 입장하는 권한도 하나의 '이권'이다. 틴더 창업가들은 그게 없었기 때문에 신분 위장을 감수했다.

오르비

 

 서울대 의대 03학번 이광복(lacri)이 창업한 오르비는 처음에는 멘사같은 컨셉에 가까웠다. 수능 초고득점자끼리 끈끈한 소속감을 느끼는 게 서비스 초반부의 핵심가치였고, 십수년이 지난 지금은 수도권 주요대학과 중상위권 학생들도 즐겨 이용하는 서비스가 되었다. 이해원(난만한)과 이덕영(포카칩)이 운영하는 <포만한 수학 연구소>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대학교, 자동차 등등이 상류층들만 향유하다가 곧 단가가 싸져서 경제민주화, 기술민주화가 이뤄진 것처럼 꽤 많은 서비스가 커지기 전까지는 소수의 유복한 소비층부터 공략했다.

디시

 

 그런 수순을 밟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물론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극도로 높은 엔트로피로 귀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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