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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골 Sep 22. 2024

밴드오브브라더스<< '소블'이 진주인공인 이유..txt

소블 대위 덕에 무혈입성한 윈터스 중대장

 2차대전 후반 노르망디에 상륙해 공을 세운 Easy중대와 전설적인 대대장 리처드 윈터스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가 <밴드오브브라더스>다. 요즘 새삼 뼈저리게 느끼는 점이 공공의 적의 존재가 사람들로 하여금 이해관계 차이를 극복하고 단결하게 만드는 현상이고, 소블 중대장이지 중대에 있어 그런 존재였다.


 소블은 공수부대 교육생인 병사들에게 온갖 병영규정으로 트집을 잡아서 벌을 주고 가혹행위에 가까울 정도로 신체에 무리가 가는 훈련을 강요했다. 그로 인한 순기능으로 이지중대는 공수부대 훈련을 받는 중대 중 가장 성적이 좋았다. 문제는 정작 영국에 가서 중대 단위의 상륙 전술 훈련을 받을 때 소블의 낮은 통솔력 때문에 내내 전멸 판정이 나왔다는 점이다. 소블은 독도법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제대로된 지휘와 전술 고안을 하지 못했다.

<밴드오브브라더스> 소블 대위 역의 데이비드 슈위머

 소블은 중대원들의 인망을 한몸에 받는 윈터스 소대장을 질투했다. 그래서 억지 구실을 잡아 윈터스 중위에게 징계 사실에 수긍을 하거나 재판을 걸거나 선택하라고 말했다. 윈터스는 소블의 지휘를 받았다간 노르망디에서 중대원들이 전멸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과감하게 재판을 택한다. 그날 밤 이지 중대의 초급 부사관들은 소블에 항의하는 의미로 단체 사표를 내고 1~2계급 강등을 당한다. 소블의 통솔력 상실을 심각하게 여긴 싱크 대령은 소블을 전출시킨다. 

 원리원칙을 지키면서도 중대원들에게 관대하고 소탈하던 윈터스 중위는 노르망디 상륙 후 중대장직을 맡으면서 스무스하게 중대원들의 복종을 얻는다.


 나는 이게 윈터스의 지휘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또다른 유능한 중대장 '스피어스 중위'와 대조해 보면 자존심 강하고 거친 공수부대원들의 존경과 인망을 얻는 건 매우 까다로운 일임을 헤아려볼 수 있다. 스피어스는 윈터스가 대대장(소령)이 된 후 임명된 중대장 중 1명인데, 적군 포로이나 부하 부사관을 사살했다는 소문이 있어 중대원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이었다. 스피어스는 그 점을 이용하여 드센 병사들을 기선제압함으로써 지휘를 스무스하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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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컨대 다른 중대장을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복종을 얻어낸 반면 윈터스는 유능함과 관대함만으로 중대원의 복종을 얻어낸 것이 소블 덕도 있었다고 본다. 초나라 덕에 한나라가 있었고 조조 덕에 유비가 있었고 독일 덕에 미영프가 선녀 취급을 받는다.


 게다가 일각에서 제시하는 의혹 중 하나가 소블 대위가 독도법을 못했던 게 중대원들이 고의로 잘못된 지도를 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하들이 합심하여 어깃장을 놓을 정도로 인망이 떨어진 것 자체가, 포괄적으로 볼 때 지휘관의 역량 문제에 해당한다. 이런 부대는 지휘관을 갈아치우지 않는 이상 실전에 투입되면 아귀가 안 맞아서 패하기 십상이라고 본다.


 그러니 소블에게나 중대원들에게나 연합국에나 소블이 '총칼 없는 프래깅'을 당한 건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만약에 지휘관에 제때 갈아치워지지 못하고 실전에 구겨넣어지듯 투입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래깅할 거 아니면 [탈영]이 답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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