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었을까

by 여운


누군가를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은, 대개 뒤늦게 든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엄마와 동생을 챙겨 버스를 탔다.


빈자리 두 개를 먼저 발견했고,
한 자리에는 가방을 올려두고
다른 한 자리에 내가 앉아 있었다.
엄마와 동생이 다가오자
그 자리를 내주었다.
그리고 나는 서 있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나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나는 자주 서 있는 쪽을 선택하게 되었다.


가족이 모이면
나는 자연스럽게 계산대 쪽으로 향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지갑을 꺼내는 순서는 늘 같았다.


그건 부담도, 희생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맡게 되는 자리였다.



시간이 지나
나는 교실에서도 비슷한 자리에 서게 되었다.
아이들보다 먼저 상황을 살피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누군가의 하루를 챙겼다.


그 모든 자리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걸
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오래 그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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