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1차는 통과였고 합격은 아니었다.
다시 준비해야 했다.
이번에는
마음이 아니라
실력으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 다음 날이었다.
1차 합격자 발표 다음 날,
고시학원에서는 2차 특강이 바로 시작되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
자동반사처럼 학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동안 얼굴만 알던 사람들에게
합격을 축하받았고,
서로에게 같은 말을 건네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기쁨을 나눌 만큼
친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수업지도안을
수도 없이 다시 썼다.
지우고, 고치고, 다시 쓰는 일을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반복했다.
그 지도안에 맞춰
수업실연을 준비했다.
칠판에 쓸 문장, 아이들에게 던질 질문, 잠깐의 침묵까지
미리 정해두었다.
모의면접 문제를 뽑아
혼자 중얼거리듯 답을 해보고,
소리를 내어 말해보고, 또 다시 고쳤다.
그렇게
2차 준비가 시작되던 동안,
이상하게도
우리 집은
더 깊은 쪽으로
가난의 늪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통장의 잔고는
눈에 띄게 줄어 있었고,
남은 금액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계산하게 되었다.
6개월 동안 모아둔 저축으로는
이 시간을
끝까지 견디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학원비와 교통비는
매일같이 나를 따라다녔다.
2차를 준비하며 의상까지 챙겨야 했다.
통장에 남아 있던 금액으로
남은 준비와
시험을 위한
2박 3일의 숙식비를 감당하기에는
빠듯했다.
무엇을 줄일 수 있을지
계산하다가
옷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그 무렵, 온라인 쇼핑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나는
2만 몇 천 원짜리
그레이 정장 한 벌을 골랐다.
비싸지 않아도 되는 옷,
눈에 띄지 않아도 되는 옷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에게
2차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응원보다는
의문에 가까웠다.
정말
기적이 일어날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이미 다시 준비하고 있었고,
멈출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다시 준비하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