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뒤에도 아무 일은 없었다

by 여운

1년이 지나
다시 11월의 넷째 주가 찾아왔다.


아주 두꺼운 전공서적을
통째로 집어삼킨 나는
담담하게 시험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수험번호를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다.
지난번과는
느낌이 달랐다.
고민이 되는 문제는
두 개뿐이었다.


종료령이 울리기 전,
나는 이미 답안을 마쳐 두었다.
더 고칠 것도,
덧붙일 것도 없었다.


남은 시간은
종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종이 울리자마자
집에 가고 싶었다.


기다리고 있던 엄마를 챙겨
집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에 오르자
엄마는 말했다.
힘들었지,
라고는 하지 않았다.
기다리느라
지겨웠다고 했다.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집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눈에 보이는 임용 관련 책들을
모두 치워 버리는 일이었다.


왜 그런지는
나도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치우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책들을 전부 눈앞에서 밀어내고
한숨을 내쉰 뒤,
나는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할 일도,
하지 말아야 할 일도
분명하지 않은 채
하루가 지나갔다.


기다림은
생각보다
지루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