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 온 그대, 여기로 오라
노무현시민센터 나와 식당 찾아 걸었다. 일정 시작부터 계획 변경한 일이었고, 한국공예박물관이 여기 있는지 몰랐다. 정말 반가웠다. 인사동 근처는 학부 시절 이후 처음이라 많이 변했다. 그때 없던 앵벌이도 있다. K 콘텐츠 힘인지 상권이 살아난 게 확연했다. 상호 기억 못 하는 단골집을 못 찾았다. 항상 기대하며 들렸다 실망하는 낯선 만두가게처럼 서울에서 들리는 낯선 호남 식당은 경쟁력과 차별성 없어 아쉽다. 그보다 저녁거리로 먹은 창덕궁 근처 국적 불명 쌀국수가 더 충격이었다. 라멘 육수에 목초액 범벅한 듯한 고기 고명, 고수 없고 숙주 적은 쌀국수에 깍두기까지 내준다. 시위하듯 양 많은 음식만큼 재료 본연 맛을 고려하지 않는 음식 별로다.
박물관은 21년부터 상설 전시 중인 네 주제가 있다. 관람 동선은, 직관적으로 전시 1동 건물 입구로 들어가 2층, 3층 관람 후 이어지는 복도를 건너 전시 3동 3층, 2층 차례로 보든지 그 반대가 효율적이다. 이걸 몰라 1동 2, 3층 보고 내려와 3동 2, 3층으로 관람하고 다시 1동 3층, 2층을 거쳐 내려왔다. 아래 전시를 차례로 관람하면 동선이 이어진다.
처음이라면, 번거롭더라도 링크를 거쳐 한국공예박물관 홈페이지를 방문하길 추천한다. 현장에서는 아래 게시한 사진보다 훨씬 많은 공예품을 전시한다. 개인 선호와 사진 완성도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 선별한 연습 사진들이다.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이곳 규모를 몰랐기 때문에, 어느 순간 공예품 웨이브인가 싶을 만큼 전시 볼륨 크고 구성 꼼꼼하다. 다만, 근대 공예품이 대부분이다. 우리 귀한 보물은 유력자의 창고나 바다 건너 정창원에 있다.
두보 시를 새긴 상(床)을 전시하는데, 지금 시대에 대비... 대비'된다'. 대조'적'이다 라고 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세계테마기행 어느 회, 듕궉말 잘하는 남자 교수가 관광명소에서 한시를 읊었다. 한동안 들으니 뭔가 오는 듯하고 운치 있었다. 한시는 나이 지긋하고 지체 높은 중국 남자가 노련하게 읊고 여유롭고 많이 아는 중국인이 들을 때 가장 좋은 맛을 알 것 같다. 문명 모든 시공에 극소수 제외하면 그냥 동경하고 흉내 내는 영역인 듯하다. 난 두보를 모르기 때문에 안도현, 도종환, 김수영... 우리 시인 시가 더 좋다. 우리 시는 눈으로 봐도 감동 온다.
공예품 사진찍느라 정신 팔려 이름도 쓰임도 유래도 다 놓쳤다. 한국공예품박물관은 가상관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유용하고 눈팅하다가 타임슬립을 겪을 수 있다. 아래는, '분청사기 철화 무늬 장군'과 동제 신선로 같다.
김신영이 공개 개그 '행님아' 코너 인기몰이할 때, 파트너 김태현은 그를 업고 말한다.
"신영아, 저기 하늘에 반짝이는 거 보이나? 저기 우리 아빠다."
"행님아, 우리 아빠 이름이 '비상구'가?"
CPL필터 의미를 거듭 확인하는 하루다. 그림 정말 마음에 드는데 '비상구'가 낙관처럼 박힌다.
초점 맞추기 어려워 결국 못 맞춘 피사체, 금강저와 금강령. 피사체가 3개라서 그런지 유리 때문인지 렌즈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어딘가 흐릿한 부분이 남았다. 이런 경우 어떻게 설정하고 다루어야 하는지 숙제다. 금강저는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양쪽 끝 '고'의 뾰족한 디자인은 이 세상 감각이 아니다. 보통 고가 5개 오고저라하며, 사리구멍이 있다고 한다.
의·표·예, 입고 꾸미기 위한 공예
의복에 관심없어 사진 남기지 않았지만 내가 관람하는 동안 관람객 밀도가 가장 높았던 전시장이었다.
자수, 꽃이 피다
1동과 3동 3층 전시실은, 입구부터 연결된 공중복도로 다른 건물 전시실로 이어지는데, 그걸 몰라 입구로 내려와 다른 건물 입구로 들어갔다. 여러모로 풍성하고 재미있는 박물관이다. 다른 건물 2층 전시장은 자수 전시실로, 인생경로 기복을 담은 한국 정서 깃든 자수 공예를 볼 수 있다. 특히 3층 보자기 전시실이 인상적이고 보자기 체험 공간이 있어 한 모녀가 나무틀에 알록달록한 보자기 패턴을 맞추고 있었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얼떨결에 관람 마무리를 보자기 전시실로 마쳤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다. 왜 그런지 심리분석을 시도했는데, 보자기 쓰임과 재질에서 내 결핍을 보상받는 건가 하여 관계 결핍과 부재에 기인하나 스치듯 생각했다. 별론으로, 모든 전시실이 주제에 맞게 짜임 있는 구성이 훌륭하지만, 공예품 특성상 산재해야 하는데, 보자기 전시실은 적당한 공간에 유기적으로 모아 한 번에 많은 정보와 정서를 동시에 담을 수 있게 구성한 것이 차이다. 또한 일생을 화목한 의식과 연관 깊은 공예품을 어른 덕담과 잘 엮어 전시한 것에 감동한 부분도 크다. 특히 자투리 천 이어 큰 보자기를 만든 것에서 한국의 미학, 민중의 미학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