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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미 Aug 20. 2023

미국이라는 나라가 왜 특별하냐구요?


미국, 아메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뉴욕의 빌딩 정글, 하와이의 해변, 아니면 텍사스의 카우보이 모자? 저에게 미국이란 위스콘신 주의 포인트 플레이스(Point Place)라는 작은 허구의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접한 미드 That 70s Show의 배경이 되는 곳이었는데요. 백인 밖에 살지 않는 이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고등학생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보며 "아, 나도 언젠간 나랑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사는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보고 싶다"라는 꿈을 꾸었습니다.

2008년 7월 26일에 적은 블로깅

우유부단한 주인공 에릭과 그의 첫사랑 도나, 매사에 시니컬한 하이드와 엉뚱한 커플 켈소와 재키. 그리고 콜롬비아에서 온 교환학생 페즈와 특유의 비음이 섞인 웃음소리가 인상적인 에릭의 엄마 키티. 그들이 만들어가는 위스콘신의 일상은 열일곱의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밥과 된장찌개가 아닌 스크램블 에그와 토스트로 아침을 먹고, 교복이 아닌 개성으로 똘똘 뭉친 사복으로 등교를 하던 그들. 추수감사절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칠면조 요리라는 것을 먹으며 실제로 장작을 때는 난로 앞에서 보드 게임을 하는 그들과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11시, TV를 끈다. 선풍기를 켰다. 자리에 눕는다. 그리고 꿈... 그곳에선 나도 그들과 동화되어 있다. 미국의 그 초고층빌딩 사이에서, 교복, 통일성, 두발규제가 아닌 자신만의 색깔로 저 자신을 빛내고 있는 그들 사이에서, 키티의 신이 내린 미소로 아침을 맞으며 토스트를 먹으며 그들이 있는 학교로 간다. 너무나 원한다... 언젠간 꿈이 이루어지겠지? 이루어질 것이다! 이루고 만다! 원한다면 이루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2008년에 작성한 블로깅 中)"


그렇게 영어 부진아였던 저는 미국에 가서 살겠다는 꿈 하나 만으로 시작한 수능 영어 공부를 필두로, 대학에 올라가선 켄터키 주로 교환학생을, 더 나아가 조지아 주에 대학원 유학을 떠났고, 현재는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네, 꿈은 이루어집니다. 원한다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제가 처음 켄터키 주의 머레이(Murray)라는 작은 도시에 처음 갔을 때가 어제처럼 생생한데요. 처음 미국 땅을 밟았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영어를 알아듣기가 굉장히 어려워 진땀을 빼곤 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당시의 저는 "내가 영어를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구나"라고 자책하곤 했는데요. 지금의 제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건 켄터키는 남부 주이기 때문에 남부 억양(Southern Accent)을 사용하고, 이건 네가 토익, 토플에서 배운 '표준 언어(Standard English)*'와 다르기 때문이란다."라고 말해줄 것 같습니다.


표준 영어, 남부 억양, 이게 다 무슨 소리냐구요? 미국 남부 주 (켄터키, 조지아, 텍사스,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등)는 영국의 시골에서 온 이민자들이 처음 정착한 곳입니다. 그들은 'R' 발음을 강하게 쓰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그것이 미국 남부 억양이 시초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매사추세츠 주 등 미국 북동부 지역은 영국의 부유한 상류층이 정착한 곳인데요. 그들은 'R' 발음을 발음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고 해요. 지금도 보스턴에 가면 'Park(공원)'을 '팔크/par-k/'가 아닌 '파크/pah-k/'라고 발음한답니다.


미국 여행하는데 이 이야기를 왜 하냐구요? 미국은 이렇게 세계 곳곳의 이민자들이 건너와 정착한 신대륙이고, 그들의 인종, 사회 계층, 관습 등이 해당 지역의 문화에 그대로 반영된 곳입니다. 도시마다 인종 분포가 완전히 다르고, 그들이 한데 섞여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는 세계 어디에 가도 경험할 수 없는 미국 여행만의 유일무이한 매력입니다. 미네소타 주는 스칸디나비아 계열의 이민자가 많이 정착해 외부인을 잘 믿지 않고 속마음을 숨기는 문화가 있다는 것 아셨나요? 19세기 뉴욕에 이탈리아 계와 유대인 계가 많이 정착한 것이 뉴요커의 '할 말 다 하는' 직설적인 화법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요? 태평양에 가까워 동양계 이민자가 많은 시애틀은 동양적 문화가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는 것은요?


<사람을 따라가면 미국이 보인다>는 미국의 동부, 서부, 남부, 중서부 총 4가지 지역에 위치한 도시들의 인종 분포를 살펴보며, 해당 도시가 가진 세계유일의 문화를 테마로 여행지와 맛집을 하나로 묶어 소개해드리는 시도입니다. 켄터키, 애틀랜타, 미니애폴리스, 댈러스, 시애틀 등에서 직접 살며 제가 겪은 생생한 경험과, 현직 승무원으로서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도시의 승객들, 박물관에서 보고 들은 모든 지식을 꼭꼭 눌러 담았습니다. 또한, 미국의 대도시들을 소개해드리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진주 같은 중소도시들도 함께 소개해드릴 텐데요. 남들이 다 가는 미국 여행이 아닌, 특별한 공간에서 특별한 사람과 독자님만의 소중한 개인적인 추억을 만드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의 미국 방문에 조금 더 진한 향을 더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표준 영어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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