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프리즈
The Seattle Freeze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유명해진 도시 시애틀은 독자분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오나요? 영화에서처럼 커피를 많이 마실 것 같나요? 구름이 많이 끼였을 것 같다구요? 네, 맞습니다. 영화가 도시의 성격을 정말 잘 집어내었다고 평가하는데요. 시애틀 베이스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밤 9시가 넘어서도 커피를 준비하는 비행은 정말 시애틀행 밖에 없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시애틀라이트(Seattleite, 시애틀 인)의 커피 사랑은 극진합니다. 세계를 호령하는 커피 체인 스타벅스(Starbucks)가 이곳에서 조그마한 커피 가게로 시작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데요. 초창기에 기계로 내린 커피가 아닌 직접 구운 커피(roasted)만 취급하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 | Seattle Starbucks 1st Store
위치: 위치: 1912 Pike Pl, Seattle, WA 98101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내 위치)
특징: 1971년 오픈, 스타벅스 1호점 한정판 머치, 텀블러, 원두 취급
커피의 전통이 긴 유럽과 달리 시애틀은 20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개발하기 시작했는데요. 시애틀 커피 문화는 에스프레소 베이스라는 게 특이한 점이랍니다.
카페 알레그로 | Cafe Allegro
위치: Alleyway, 4214 University Way NE, Seattle, WA 98105, U District 라이트 레일 역에서 도보 3분
특징: 1975년에 오픈한 오리지널 에스프레소 카페, 시애틀 스타일 커피의 원조
시애틀 레이크 유니언에서 바라본 구름 낀 하늘일 년에 자그마치 226일이나 구름이 낀 시애틀은 미국의 런던이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특히 겨울에는 10일 내내 태양을 쬐지 못한 적도 있으니까요. 따라서 시애틀 방문 최적기는 화창한 날이 상대적으로 많은 여름 (6월~9월)이랍니다.
시애틀은 커피, 구름 낀 날씨 말고도 유명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시애틀 프리즈(Seattle Freeze)라는 겁니다. '얼다'라는 뜻의 프리즈와 시애틀을 조합한 단어로서, 다소 냉정하고 타인과 거리를 두는 시애틀라이트의 특성을 표현한 건데요. 시애틀 지역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나 친밀한 관계 형성을 꺼려,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 친구나 연인을 만드는데 고생한다는 건 웬만한 미국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난 걸까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이곳에 어떤 사람들이 정착했는지 살펴봅시다.
시애틀은 초창기에 노르웨이 계열과 동아시아 계열(특히 중국인) 이민자가 많이 정착한 곳이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들은 자신의 모국과 가까운 곳이나, 적어도 비슷한 환경을 선호했는데요. 모국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긴 해안선에 익숙했던 노르웨이 계열에게 항구 도시 시애틀의 긴 해안선은 매력적이었습니다. 동아시아인 역시 모국과 가장 가까운 미서부에 가장 많이 정착했는데요. 굉장히 다를 것 같은 이 두 이민자 그룹은 의외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외부인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것. 이들의 내향적인 특성이 우중충한 시애틀 날씨와 더불어 시애틀 프리즈의 주된 이유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계열은 퓨젯 사운드(Puget Sound, 태평양으로 진입하는 어귀) 근처의 소도시에 자리를 잡아 고기잡이로 생업을 이어왔고, 그들의 바다 사랑은 시애틀의 고기잡이, 고래 투어, 크루즈 문화에 크게 영향을 주었답니다.
시애틀 고래 투어 크루즈 | Puget Express
예약: https://www.pugetsoundexpress.com/seattle-whale-watching-tours/
특징: 가족이 운영하는 크루즈 컴퍼니
가격: 성인 $145
항해 시간: 4시간 30분
추운 날씨에 익숙한 그들의 술사랑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문화가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 많은 '스피크이지(speakeasy)' 바를 양산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과거 미국의 금주법 시대(Prohibition)에는 레스토랑에서 술을 팔지 못하게 되어 뒷간에서 몰래 술을 취급했는데요. 그렇게 숨겨진 술집을 스피크이지라고 부릅니다. 현재는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힙한 바'로 통용되는데요.
파운더스 클럽 | Founders Club
위치: 411 University St, Seattle, WA 98101
특징: Fairmont Olympic Hotel 로비 내 서재 안에 위치, 사해(Dead Sea)에서 숙성한 위스키 취급, 예약제
평범하게 보이는 호텔 로비에 서 계시는 여성분에게 말을 걸면, 이렇게 책장이 뒤로 열리는데요...
안에는 이렇게 아는 사람만 아는 은밀한 공간이 나옵니다. 다른 곳은 아예 "접근 금지"라는 사인을 붙여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버리는 곳도 있답니다.
포시픽 스탠다드 타임 | Phocific Standard Time
위치: 1923 7th Ave, Seattle, WA 98101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 9시
특징: 포 백(Pho Bac) 베트남 쌀국수 점 2층 "접근 금지" 사인 뒤에 위치한 바, 베트남 주류 전문점
시애틀의 또 다른 이민자 그룹 동아시아인들 역시 도시의 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했는데요. 미국 남부에 살던 제가 시애틀에 왔을 때 처음으로 느꼈던 것은 사람들이 길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누구든지 눈을 마주치고 웃어주거나 손 흔들었던 것에 적응된 저에겐 시애틀은 한국을 연상시켰는데요.
하지만 동아시아 계열 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하는 이민자 그룹은 중국계열입니다. 인터내셔널 디스트릭트(International District)에 큰 차이나 타운이 있는데요. 시애틀 차이나 타운의 특징은 많은 레스토랑이 중국계 이민자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장인 맛집이 많다는 거예요. 외관이 허름한 장인 맛집을 미국에선 홀 인더 월(Hole in the Wall)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할매맛집 같은 분위기랍니다.
하버 시티 레스토랑 | Harbor City Restaurant
위치: 707 S King St, Seattle, WA 98104
운영 시간: 오전 8시 30분 ~ 오후 11시
특징: 중국 남부식 딤섬 요리 맛집
시애틀에는 일본계 미국인들도 많이 정착을 했는데요. 세계 2차 대전 중 당시 미국의 주적이었던 일본계 시애틀 마을이 사라지고 노스, 사우스다코다 및 하와이로 유배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워싱턴 대학교 | University of Washington
위치: 1410 NE Campus Pkwy, Seattle, WA 98195
특징: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립 대학 중 하나, 해리포터 도서관, 4월에 열리는 벚꽃 축제
미국과 일본의 우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워싱턴 대학교의 벚꽃 축제입니다. 이곳에 쿼드(Quad)라는 구역에 요시노 종자의 벚꽃을 서른 그루를 심었는데, 4월이 되어 만개하면 학교생과 시애틀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벚꽃 축제의 장이 된답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 Pike Place Market
위치: 86 Pike Pl, Seattle, WA 98101
특징: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시장 중 하나, 러시아, 이탈리아, 중국 가게 다수
시애틀에는 이 외에도 이탈리아, 러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많은 계열의 이민자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문화가 섞여 만든 전통시장이 바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인데요. 이곳엔 시애틀 항구에서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그대로 파는 도매상과 레스토랑이 즐비합니다. 태평양 북서쪽에서 잡은 해산물을 재료로 요리하는 기법을 퍼시픽 노스웨스트(Pacific Northwest) 요리라고 부르는데요. 시애틀에서는 꼭 퍼시픽 노스트 요리를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맛집 두 군데를 소개해 드릴게요.
피로스키 피로스키(Piroshky Piroshky)
위치: 1908 Pike Pl, Seattle, WA 98101
영업시간: 아침 8시 ~ 오후 7시
특징: 1992년에 설립된 러시아계 빵집
핑크 도어 | Pink Door
위치: 1919 Post Alley, Seattle, WA 98101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 ~ 오후 11시 30분
특징: 정통 이탈리아 음식점, 퍼시픽 노스웨스트
배도 따땃하게 채웠겠다. 슬슬 시애틀 여행을 마무리해볼까요?
스페이스 니들 | Space Needle
위치: 400 Broad St, Seattle, WA 98109
특징: 7/4일, 12/31일 불꽃놀이, 옥상 전망대 및 레스토랑
원제 '여성스러운 것'이라는 이름의 이 UFO 비행접시 모양의 타워는 시애틀을 상징하는 건축물입니다. 미국 독립기념일이나 연말에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시애틀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아주 상징적인 공간이죠.
치훌리 가든 | Chihuly Garden
위치: 305 Harrison St, Seattle, WA 98109
운영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30분
입장료: 성인 $32
특징: 세계적인 유리 공예사 치훌리의 작품을 담은 박물관 및 정원
아참,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에는 시애틀 출신의 세계적 유리 공예 거장 치훌리의 작품을 전시한 박물관이 있습니다. 제가 웬만하면 박물관을 추천하는 성격이 아닌데, 이곳은 꼭 챙기셔야 합니다. 수중 생물을 모티브로 한 치훌리의 유리 조각품을 한 곳에 모아 둔 곳은 세계에 이곳이 유일무이하기 때문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