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추가 비용을 내세요

- 과거는 흘러갔다. 에디트 피아프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

by 가을에 내리는 눈

'다른 누군가를 심하게 미워하는 것은 정작 독은 내가 마시고 그가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서양의 어느 유명한 철학자가 한 말과 함께 내가 늘 생활의 경구로 삼는 항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후회하지 않는 습관'의 일상 속 실천이다. 하지만 늘 어렵다. 잘 안된다.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후회한 그 후회를 이내 후회하고...


에디트 피아프가 부르는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를 처음 들은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손톱만큼의 남김도 없이, 그저 보란 듯이 통쾌하게, 무언가를 깔끔하게 뱉어버리듯 그렇게 던져버리는 그 창법, 내게는 참으로 신선하고 시원했다. 그녀의 슬픈 삶의 얘기를 알고 나서는 그 노래를 더 자주 듣게 되었다. 요즘도 후회의 유혹이 은근슬쩍 내게 다가올 때 나는 서둘러 그녀의 그 외침을 듣는다. 그녀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한때 '더블 제퍼디 (이중의 위난 또는 위험, double jeopardy)라는 말을 머릿속에 넣고 있었던 시절이 있다. 후회란 이미 무언가 잘못되었다/내가 의도하고 원했던 그대로 실현되지 않았다/의외의 부정적 결과치가 내게 돌아왔다, 뭐 이런 상황에서 한다. 손해 혹은 손실은 이미 발생했고, 그런데 거기다가 후회까지 한다고? 또 다른 손실을, 뻔히 알면서, 눈에 보면서 내 손으로 내게 끌어들이는 꼴이다. 사실은 이미 발생된 이전의 손실보다 그 크기와 파괴력은 훨씬 더 크다. 그래도 한다, 그놈의 그 후회라는 것을 한다!


후회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얘기하고 싶었다. 많은 후회를 한 사람이기 때문이고, 그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후회와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는 일곱 가지 죄악을 말하지만 내 기준으로 가장 나쁜 우리네 생활 속 악덕은 후회와 시기 질투다. 그 의미 없음을 뻔히 보면서 반복하는 우행이기 때문이다.


하나,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후회가 그 어떤 소용이나 작은 효과라도 있으면 나는 즐겨 열심히 하겠다. 그러나 그 어떤 긍정적 효과도 후회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다. 그저 추가 비용이고 추가적인 손실일 뿐이다. 바둑이 끝나고 나면 기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그 자리에서 바로 '복기'라는 것을 한다. 이미 끝난 그 바둑을 처음부터 하나씩 되짚어본다. "여기서 이랬으면 어땠을까요?/이때는 왜 이런 수를 두었나요?/여기 바로 이 지점에서 제가 장고 끝에 둔 수가 이것인데, 당신은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이 모든 과정에서 후회의 냄새는 조금도 없다. 그저 다음 바둑을 위함이다, 그와의 그리고 다른 상대와의. 개선을 위함이고 발전을 위함이다. 이미 끝난 그 바둑을 어쩌자는 것이 아니고 미래의 또다른 바둑을 위함이다.


바둑의 복기처럼 우리의 지난 행동에 대해 딱 한번, 그저 다음을 위한 교훈으로 그리고 실수와 잘못을 두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하는 후회는 좋다. 아니, 꼭 필요하다. '과거를 망각하는 자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한다', 아들 녀석 어릴 때 늘 내가 해주던 말이다. 그의 책상 머리 앞에도 붙여놓았었다. 항상 그 경구를 기억했다고 아들은 지금도 말한다.


둘, '모든 과거는 이미 끝이 난 비용, 썽크 코스트다 (매몰 비용 sunk cost, 구제할 길이 없는/끝장난/침몰한)'. 이미 발생해 버린 비용, 그러니 회수할 수는 없는 현재 비용이다. 지불해야 하고 이미 지불되었다, 내가 알든 모르든! 그러니 이것을 만회 혹은 물타기 해보겠다고 감히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 것이니!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후회다. 추가 비용만 발생한다. 주식에서 '로스 컷 ('손절' loss cut/stop loss - 손실의 최소화를 위한 현재 시점에서의 즉각적 절단 행위)의 실천적 경험적 덕목을 기억할 지니!


셋, 나는 '적어도 이것보다는 나은' 인물이고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자. 1년도 아니고 5년도 아니고 10년도 아니고, 나는 앞으로도 20년 30년을 현세에서 더 살아야 한다. '승패는 병가지상사' (무릇 이기고 지는 것은 늘 있는 법), 우리들의 그 긴 삶에서 우리가 치러내야 하는 많은 '전투들'을 생각한다면 지나간 과거보다는 다가올 내일에 집중해야 한다.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효과적 분배라는 전략적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넷, 신과 섭리의, 그리고 스피노자가 말하는 그 대자연의 후덕함을 믿어보자. '그래, 앞으로 좋은 일 많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네'라는 찬송가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아는 사람이든 아니면 모르는 사람이든 어디선가에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간구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시리게 고마운 일인가? 내 편을 들어주고 내게 유리한 증언을 해주고, 그런 중재자/조정자/중보자의 존재 (인터세서, intercessor)가 내게도 있을 수 있다고? 한번 더 믿어보세요! 그리고 후회는 더 이상 하지 마세요!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거든요, 사실 그 후회라는 것이! 저도 여러분도 당당해지기로 해요!


저의 어느 해 생일, 멀리 외국에 사는 고마운 젊은 친구가 제게 이런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이 세상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앞다투어 당신에게 달려가기를! (May all the beautiful things in this world come to you!) 고맙고 고마운 일이지요? 그 기도 덕분인지 요즘 제게 아름다운 일들이 많아요. 이른 아침 이 시각 발코니 밖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좋네요. 기온도 딱 좋아요 21.9도, 여기 지금 제가 머무르고 있는 이곳은.


제가 번역한 에디트 피아프의 이 노래 가사, 한번 음미해 보세요. 참으로 참새 같았던 여인 에디트, 지금 있는 그 세상에서는 부디 훨씬 더 기쁨 가득한 삶을 살고 있기를! 당연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을 믿으면서, 이리 간구합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저도!


아니요, 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 에디트 피아프

아니, 이제 나는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 그 무엇도;

그들이 내게 해주었던 좋은 일들도 또 나쁜 것들도; 내게는 이제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아!

나는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아, 단 하나도;

그 모든 것들은 이미 대가를 다 치렀고, 바람에 다 쓸려가 버렸고, 잊혔다

나는 이제는 나의 과거에 만족한다!

과거의 내 모든 추억들은 벌써 불을 붙여 다 태워버렸다;

내 슬픔들, 나의 즐거웠던 순간들,

그러나 이제 나는 더 이상 그것들이 필요없다!

과거에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도

그리고 거기서 오는 불안과 공포도, 다 쓸어버렸다;

영원히 날려버렸다,

나는 새로 시작한다!

아니, 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 그 어떤 것도;

내게 그들이 해준 좋은 것들도,

또한 나쁜 일들도; 그 어떤 것도 이제 내게는 중요하지 않아!

단 하나도, 그 어떤 것도 결코 후회하지 않아;

왜냐하면 나의 삶은, 나의 큰 기쁨은 오늘 이날, 당신과 함께 모두 시작되니까!


<우리말 번역 - 가을에 내리는 눈, 영문 번역본을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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