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인 서시의 본명을 아시나요?

-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 이면우 '미인'

by 가을에 내리는 눈

뜬금없이 남의 나라 그 오래전 옛날 미인 이름을 왜 궁금해 하냐구요? 네, 이것을 빌미로 여러분과 오늘 아침에는 중국 난세때의 인물들 몇에 대해 얘기해 보려구요. 그래서 슬쩍 이런 제목을 뽑았지요. 사실 서시의 이름을 모르는 분들도 많구요. 뭐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들은 고사성어 중에 아마도 제일 먼저 접하게 된 것이 바로 '오월동주' (불구대천지원수 사이인 오나라 사람들과 월나라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한 배에 타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대는 강을 건넌다면)라 기억됩니다. 때로는 차선을 위해, 아니면 당장의 위기는 넘기는 것이 마땅하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도 손을 잡아야 할 때가 있다 그런 취지의 말씀이었습니다. 살면서 이런 경우 많지요?


그러나 제일 많이 얘기하시고 강조하신 얘기는 '와신상담'이었지요. 오나라 왕 부차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작은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불편한 잠자리에서 잤다는 얘기, 반면 월나라의 왕 구천은 늘 쓸개를 맛보며 언젠가의 그날을 기다렸다는 그 얘기. 굳이 복수의 다짐이라기 보다는 지금의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자극제로, 나를 긍정적으로 채찍질하는 응원군으로, 그렇게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고 언젠가는 '권토중래' (흙을 돌돌 말아 올리듯 그렇게 구름 같은 거대한 흙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보란듯이 멋지게 다시 말을 달려올 그날) 하리라는 다짐으로 삼으라시던 말씀.


고사성어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는 편입니다. 특히 그 얘기 속에 등장하는 위대한 인물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피고 배우려 노력하지요. 서시와 관련된 인물들은 여럿 있지만 저는 오나라 부차의 신하였던 오자서에 관심이 갑니다.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며 오나라로 탈출해서 결국은 자기 부친과 형제들의 원수를 갚는 뭐 그런 얘기. 기골이 장대한 무신이면서도 책략에 능했던 모사이기도 했던 그. 물론 그도 결국에는 자결로 생을 마감하지만 그 끝 또한 참으로 그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장수를 서시는 사모했지요, 그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미인들은 특히 사람 보는 눈이 있는 걸까요? 잘생긴 신체건장한 무인들을 좋아하는 걸까요? 아무튼!


얘기가 나온 김에 중국의 4대 미인 얘기 해 볼까요? 서시, 왕소군, 초선, 그리고 양귀비. 중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성. 글쎄요 한 사람도 저는 본 적이 없으니 어떻다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대단했던 모양이지요? 하긴 그 큰 나라에서 그 오랜 세월을 통틀어 최고라니 어지간 하겠어요?


서시의 별명은 '침어 (가라앉은 물고기)'입니다. 서시의 미모에 혼이 나간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도 잊고 그래서 가라앉고 말았다는. 왕소군은 한나라 원제 때 흉노에 시집간 궁녀인데 그 아름다운 모습에 기러기도 날개짓을 잊고 떨어진다는 '낙안 (떨어지는 기러기)'의 고사가 있지요. 초선은 잘 아실 것인데 삼국지에 등장하지요. 동탁과 여포. 달도 초선의 미모에는 밀리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얼굴을 가렸다는 '폐월 (얼굴 가린 달)'. 양귀비야 워낙 유명하니. 당나라 현종의 후궁. 꽃을 수치스럽게 만들 만큼의 그녀의 미모, 그래서 '수화 (수치심을 느끼는 꽃)'라는 고사가 생겼지요. 뻥 만은 아닌 것 같아요. 대단하지요?


그럼 이제는 오늘의 주인공 서시를 볼까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미인. 서쪽 마을에 사는 시씨 성을 가진 여인, 그래서 서시입니다. 그럼 당연 동쪽 마을에 사는 시씨 여인도 있겠지요? 네,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고사성어가 '동시효빈' (본받을 효, 찡그릴 빈)입니다. 동쪽에 살던 시씨 성의 못생긴 여인이, 자기도 한번 서시가 되어보겠다고 야심찬 계획 속에 매일 아침 자신의 프로젝트를 실천합니다. 사실 서시는 병이 있어 늘 눈을 찡그리고 가슴을 쥐어뜯고 그런 것인데 동시는 그것이 바로 서시의 미의 비밀인 줄 알고 그대로 따라합니다. 웬걸, 사람들은 당연 그녀에게서 눈을 돌리고 집안의 창문을 닫고, 그렇게 놀라 그녀를 외면합니다. 못생긴 얼굴이 행동 하나 따라한다고 예뻐지나요? 사람들 눈에 예쁘게 보이나요?


서시의 풀 네임은 시이광입니다. 성이 시씨이고 이름은 이광입니다. 중국의 유명한 정치지도자와 같은 성씨이지요. 병약미인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병으로 인하여 몸이 쇠약한 것이었는데 타고난 미인에게는 그 또한 또 다른 매력의 요소였던 가 봐요. 왠지 더욱 여성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 약자에 대한 동정심과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행동과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핏기가 없는 창백한 얼굴에 갸날픈 몸매. 친구도 없어서 늘 묘한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 하긴 미인이 하는 모든 것은 원래 다 예뻐 보이고 좋아 보이고 그런 것 아닌가요? 천식, 빈혈, 심장병, 저혈압, 결핵 혹은 백혈병, 뭐 이런 병명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중국의 저라산 출신. 오나라에 패망한 월왕 구천의 모사인 범려가 발탁하고 3년 이상을 훈련시켜 호색가 오왕 부차에게 바친다. 서시는 그 미색으로 부차가 자신에게 빠져 정치에 태만하게 만들었고 마침내 부차와 오나라를 몰락의 길로 이끌었다. 범려는 이때 정단이라는 미녀도 함께 바쳤으나 부차는 정단보다는 서시를 더 총애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정단은 부러움으로 (시기와 질투까지는 아니었겠지요?) 급기야 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후일 월나라가 드디어 오나라를 패망시키자 월왕 구천은 범려에게 서시를 자기에게 데려오라 명한다. 범려는 서시의 무서운 매력과 그 위험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부정적 의견을 표한다. 허나 미색에 이미 눈이 먼 사람을, 더구나 그는 이제 승리한 월나라의 왕인데 누가 감히 그를 막을 수 있겠나? "월왕 구천, 내가 본 그의 관상대로 고생은 함께 나눌 수 있지만 기쁨은 함께 나눌 수 없겠구나" 이리 말하며 범려는 월나라를 떠난다. 그 후의 서시의 삶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얘기들이 있다.


이제 시를 본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여자의 눈 속을 정면으로 보게 된 시인. 그때에도 여전히 쑥스러움에 괜히 먼 산과 그 산의 나무를 함께 보는 시인. 그제서야 조금 마음은 담담해진다. 워낙 수줍음 많은 양반인가? 아니면 여전히 아내는, 여성은 그를 설레게 하는 존재인가?


한때는 얼굴의 선이며 윤곽이며 그 색이며 몸매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호숫가에 살면서부터 이제는 만나는 이의 목소리 그리고 미소가 내 마음 깊이 와닿는다. 아마도 내가 많이 외로워진 때문인가 보다. 아무튼 잠시 본 여인의 따뜻함은 그렇게 내게 오래 남았다. 시인의 그때의 상황과 심정, 공감이 간다. 외로움은 작은 것도 오래도록 남게 만든다. 외로움이란 일단은 궁핍이고 결핍이니까.


아내의 얼굴, 한참 투닥거릴 때는 그 모습도 제대로 기억할 수 없었는데 이제 서로 나이 들고 그래서 각방 쓰기 시작하고, 이제는 그 얼굴 또렷하게 떠오른다. 아 그랬구나, 사실은 당신이었구나. 내가 지금껏 늘 세상을 뜨겁게 느끼고 길가의 돌멩이도 구르게 하는 힘을 갖게 한 그 존재가!


이리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미인이다. 내가 지금 보니 그렇다. 그런데 나의 이런 작은 깨달음에 사십 년이 더 걸렸구나. 아무튼 고마운 세월의 힘!


시인의 이 깨달음이 새삼 나도 뜨겁게 만든다. 비록 가까이에서 보는 여인은 없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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