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좋은 것뿐만 아니라 못나고 아픈 것도 써 보자.
매주 일요일마다 도서관에서 하는 독후감 쓰기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인데, 부모와 자녀가 같은 책을 읽고 각자 독후감을 써 보는 것이다. 나의 첫째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쓰지는 않는다. 쓰기의 효용을 체감하는 나로서는 아이가 읽기에서 나아가 쓰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던 중 프로그램 모집 공지를 발견했고, 아이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덜컥 신청을 해버렸다.
그리고 어제, 평소라면 도서관을 반길 테지만 '독후감 쓰기 싫다'며 어두운 얼굴을 한 아이를 보며 조금 미안했다. 프로그램은 아이클래스와, 부모클래스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프로그램명에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가서인지 부모클래스는 전원 엄마였다. 우리 중 거의 모두가 '아이가 읽기는 좋아하지만 쓰기를 싫어한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쓰기의 호불호를 말하기 이전에 충분히 써 본 경험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사님은 아이를 읽고 쓰는 활동으로 이끄는 것을 호흡이 아주 긴 농사에 비유하셨다. 씨를 뿌리긴 뿌리되, 당장 싹이 나서 뽑아먹을 생각을 하지 말고 언젠가는(강사님이 구체적으로 든 시기는 마흔 살이었다.) 이 기억을 떠올리며 변화가 일어날 거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었다면 읽자마자 주인공 이름이 뭐였는지, 책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 문제 내지 말고 그저 이 순간 서로가 책을 가지고 보냈던 순간의 느낌을 아이가 기억하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아이에게 문득 떠올라 힘이 될 만한 기억들을 가능한 많이 만들어주어야겠다, 그리고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같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들아, 우리 성큼 다가온 이 봄에 한 번 써보자. 독후감도 좋고, 일기도 좋고, 한 줄짜리 마음도 좋아. 예쁘고 좋은 것뿐만 아니라 못나고 아픈 것도 써보자.
올봄은 '써 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