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죽는 생각이 수시로 찾아오는 세계로 다시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2주 전부터 약의 용량과 종류를 늘렸다. 걱정하는 나에게 의사는 '지난번 용량은 치료 효과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고 이제부터 효과가 있는 처방'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약을 늘린 후 눈에 띄는 변화를 체험했다.
우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평소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었는데 최근 며칠 동안 에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우는 일도 사라졌다. 나는 내가 원래 잘 우는 사람인 줄 알았다. 물론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약의 효과인지 울지 않은지도 꽤 됐다. 약이 '스트레스 -> 죽음 생각', ' 스트레스 -> 눈물'의 경로를 차단해 준 듯했다. 의사는 약의 효과를 '스트레스 반응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체험하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약에 의존해서 못 끊게 될까 봐. 그러나 의사는 일단은 약에 기대서(실제로 이렇게 말했다.) 지내다 보면 스스로 '끊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온다고 했다. 나는 아직 자신이 없다. 눈물과 죽는 생각이 수시로 찾아오는 세계로 다시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 세계가 어땠는지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이면 그만 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까. 어쨌든 그날이 오면 정말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