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와 팔 돌리기가 지상 최대 과제가 될 때의 기분
온갖 걱정과 상념으로 뒤척이다 막상 일어나려고 하면 잠이 쏟아진다. 몸은 무겁고 머리는 멍하고, 그 와중에도 근심걱정은 끊임없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전날 챙겨놓은 수영 가방을 둘러메고 느릿느릿 길을 나선다. 날이 많이 어두워졌다. 공기도 시원함과 차가움의 경계에 있다. 걷는 동안 잠이 서서히 깨고 수영장 물에 뛰어드는 순간 정신이 든다.
오늘은 자유형과 접영 연습을 한다. 강사에게 발차기 속도와 팔의 높이를 지적받는다. 그 부분에 신경을 써서 헤엄치다 보면 어김없이 다른 부분에서 흐트러진다. 호흡이 엉키고 롤링이 안 된다. 흩어진 물건을 수습하듯 동작 하나하나에 정신을 집중한다.
수영할 땐 수영 생각만 하니까 좋다. 회사, 은행 대출금, 아픈 몸과 마음처럼 골치 아픈 생각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나는 수영에만 집중한다. 발차기와 팔 돌리기가 지상 최대 과제가 될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홀가분하다. 숨도 차고 물도 먹지만 걱정으로부터 멀어지는 이득에 비하면 소소한 불편이다.
'수영은 정말 어렵고 끝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헤엄친다. 수영만이 내 유일한 걱정인 것처럼. 그게 좋아서 수영을 계속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