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먼저 자'라는 카톡이 왔다.
이렇게 피차 막 나가자는 건가?
퇴근해서 아이들 밥 먹이고 설거지하고 포도 껍질 하나하나 까(야지 먹는 애들이 있음 ㅠㅠ)서 먹이고 목욕시키고 있는데, 남편이 올 시간이 됐는데도 안 온다. 회식한단 얘기도 없었는데..
어딘지 물어보려고 핸드폰을 켜니 이미 남편에게 카톡이 와있었다.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순간 속에서 불덩이가 확 올라왔다.
먼저 자라고? 전후 사정 다 잘라먹고 이게 말이야 방구야? 기다리는 사람 생각은 1도 안하는구만.
나도 아홉 시 다돼서 '기다리지 말라'는 톡만 보내고 안 들어와도 되나? 이렇게 피차 막 나가자는 건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일단 애들을 마저 씻겼다. 머리를 말려주고 잠옷을 입히면서 뭐라고 쏘아붙일지 머리를 굴렸다. 마무리하고 다시 핸드폰을 열었다. 내가 왜 안 오냐고 묻는 톡에 대한 답장이 와 있었다.
'아직 일하고 있어, 퇴근 못했어. 먼저 자.'
바글바글 끓는 냄비에 찬물 한 컵이 들어온 것처럼 화가 쑥 가라앉았다. 그리고 약간 머쓱해졌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다고 말을 해주면 좋으련만.
나 혼자 열받고 나 혼자 가라앉은 밤.
이제 양치시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