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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생긴 일

'어떤 위치인지 다 안다'는 말이 너무 소름 끼쳐서

by 오공부

오늘 아침에 대출상담을 받으러 은행에 갔다.

다행히 대기 손님이 없어서 바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불행히 추가 대출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를 상담해 준 부지점장은 상냥했고 차근차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옆 창구에도 손님이 있었는데, 내가 오기 전부터 앉아 있었다. 그런데 점점 목소리가 커지더니 바로 앞에서 나를 상담해 주는 목소리마저 잘 안 들릴 지경이 되었다.

'이게 왜 안 되냐.'

'자꾸 설득하려고 하지 말고 확인해봐라.'

은행에 들어오는 손님을 안내해 주는 직원이 와서 제가 잘못 안내한 것 같다며 대화를 시도하자 '내가 당신 어떤 위치인지 아니까, 더 이상 말하지 말라'며 말을 끊고 대화 거부. ㄷㄷㄷ

어떤 위치인지 다 안다는 말이 너무 소름 끼쳐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콜센터에 연결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다가 '내가 그 정도도 모르는 사람 같냐. 노인들에게 설명하듯이 하지 마라. 애티튜드가 잘못됐다.'와 같은 말을 쏟아부으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고 있었다. 신분증이 있어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데 모바일 신분증 관련 안내가 좀 잘못되었다던지 그런 내용인 것 같았다.

이 정도만 들어도, 안내 직원이든 창구 직원이든 그들이 명백히 실수를 했대도 저런 일을 겪을 이유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고 있는 내가 다 화가 났다. 그야말로 빌런이었다. 내가 계속 힐끔거리고, 목소리가 커지니 부지점장도 힐끔거리고... 그래도 침착하게 나와의 상담을 마쳤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주머니에 있는 레모나와 캐러멜을 급히 꺼내 신분증이나 잔돈 따위를 담아 건네는 트레이에 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옆자리 직원에게 전해주세요!"

부지점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옆 창구로 갔다.

나 역시 대출 불가라는 안 좋은 소식을 들었지만, 내 코가 석자였지만, 그래도 나보다 그녀에게 마음이 쓰였다. 그 직원이 부디 그런 인간 때문에 오늘 하루를 망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너무 힘든 날이라도 나를 사랑하는 행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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