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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나

저녁의 나를 격려하고 살뜰히 보살피는 아침의 나.

by 오공부

어제 퇴근길엔 꽤 암울한 기분이 들어 한숨을 푹푹 나왔다. 이 괴로움과 고단함이 사는 내내 이어질거라 강하게 확신하는 그런 저녁이었다. 그러면서도 '난 아침형 인간이니까 내일 아침 눈 뜨면 제법 괜찮은 기분이 들 거고 어제의 걱정은 왜 한 건지 기억도 못할 거야.' 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물론 그다지 위로가 안 됐지만.


그리고 오늘 아침.

일어나서 물 한잔 마시고 명상하고 읽은 책 필사하고 출근 준비해서 길을 나서니 너무 상쾌했다! 버스 기다리며 '그래, 살면서 이런저런 괴로운 일도 겪지만 그래도 살아남아서 좋은 것들을 많이 누려야지.'라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애(아침의 나)가 말하니 괴로운 애(저녁의 나)가 그제야 납득을 하고 '그래, 그 위로 접수할게.'하고 수긍하는 듯했다.

역시 믿음직스러운 아침의 나.
저녁의 나를 격려하고 살뜰히 보살피는 아침의 나. 2인3각 달리기처럼 살아가는 귀여운 나(들).


언제 찍혔는지도 모르는 사진첩에 있는 아무 사진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지 않아?'라고 묻는 아침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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