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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녹는 숲

푸른 잎과 알록달록 꽃들이 만발한 화창함에 뒤지지 않는 활기를 품은

by 오공부

오늘은 숲에 갔다. 나는 언제나 숲에 가고 싶어 하는데 특히 마음이 불안하거나 몸이 지쳤을 때, 더욱 그렇다. 나는 자연에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고, 자연에 머물다 오면 정말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나아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번주는 내내 날이 흐리고 비가 왔다. 어제는 눈까지 제법 와서 쌓였다. 그리고 오늘은 반갑게도 해가 나왔다. 나는 신이 나서 숲으로 갔다. 숲은 나뭇가지에 앉은 눈들을 털어내느라 분주했다. 봄단장을 해야 하는데 하얀 눈옷이 웬 말이냐는 듯이. 수다스러운 새소리도 이제 곧 봄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떨어지기 일보직전의 눈폭탄들

찰팍, 퍽 하는 등의 눈폭탄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 눈폭탄은 바로 눈앞에 떨어지기도 하고 내 머리를 정통으로 맞추기도 했다. 스님의 죽비가 내려치듯이 말이다. 나는 놀랐고, 웃음이 났다. 그리고 바람이 불 때면 반짝이는 눈가루를 폭포처럼 흘려보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평소의 숲이 고요하고 차분하다면, 눈 녹는 숲은 소란스럽고 재미있다. 푸른 잎과 알록달록 꽃들이 만발한 화창함에 뒤지지 않는 활기를 늦겨울의 숲은 가득 머금고 있었다.

산책하는 동안 핸드폰은 들여다보지 않을 작정이었지만 눈 녹는 숲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고 싶은 욕심에 핸드폰을 자꾸만 꺼냈다.

봄비가 길게 내리고 마지막으로 찐하게 눈까지 왔으니 이제 겨울을 보내주고 봄을 맞이해도 되겠다. 겨울을 좋아했던 어린이는 이제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지만 역시 겨울 없이 다른 계절을 좋아할 수 없다. 겨울의 혹독함 없이는 여름의 찌는듯한 열기의 매력도 알기 어렵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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