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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연하게 주어진 것에는 감사하지 않는다.

'슬픔 없음'이 기본값인 세상에서 기쁨은 특별할 것이 없다.

by 오공부

우리는 태어나서 유아기까지 십 년도 안 되는 짧은 시기에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습득한다. 엄마와 한 몸이던 천국 같은 시기를 지나 강제로 분리되는 출산의 순간부터 우리는 '버림받는' 느낌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아픈 결과의 원인을 찾기 위해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믿음을 무의식에 심는다. 벌을 받긴 받았는데 왜 받았는지 모르겠으니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다.


세상을 알기도 전에 우리는 왜 그런 독을 스스로에게 심는 걸까.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좋은 것을 좋다고 느끼기 위해서, 그래서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성장' 내지는 '확장'이란 걸 이루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어둠이 있어야 빛을 볼 수 있듯이

불안이 있어야 안정이 뭔지도 알 수 있으며

미움이 있어야 사랑도 느낄 수 있다.

또한 무지 덕분에 작은 깨달음에도 사고가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


우리가 부정적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모조리 제거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우리가 좋다고 믿고 추구하는 것들도 즉시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슬픔 없음'이 기본값인 세상에서 기쁨은 특별할 것이 없다. 우리는 당연하게 주어진 것에는 감사하지 않는다. 그렇게 기쁨은 더 이상 기쁨이 아니게 된다.


피하고 싶은 고통과 슬픔을 너무 밀어내지 말자. 밀어낼수록 코앞에 들이닥치는 것들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있기에 평온이 깃들 때의 행복도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좋아하라는 말은 아니다. 나도 당연히 못하고 생전의 부처님이나 하나님도 아마 그렇게는 못했을 것이다. 좋아하려고 억지로 애쓰는 건 스스로 고통을 더할 뿐 진정한 수용이 아니다. 그저 '이건 존재할만한 이유가 있어서 여기 있는 거구나' 정도면 훌륭하지 않을까.


그렇게 고통과 슬픔의 순간에 머무르며 서서히 지나가길 기다리면 어느새 잔잔한 평온이 깃들고 사랑과 감사로 차오르는 순간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 있으니 봄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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