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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비빔밥

모두가 모이면 무조건 맛있어지니까.

by 오공부

낚였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무튼, 비빔밥》이라는 책은 없다. 먼 훗날 내지는 다음 생에 아무튼 시리즈를 쓸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단연코 '아무튼, 비빔밥'이라는 책을 쓰고 싶다. 따로따로 있으면 평범한데, 섞이는 순간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해 맛있어지는 매직. 그날의 냉장고 사정과 먹는 이의 취향에 따라 무한히 변주되는 조합의 끝은 무조건 맛있음이다.


나물류와 계란프라이를 얹고 참기름과 고추장으로 맛을 더한 스탠다드 비빔밥도 좋지만, '이런 걸 비빔밥에 넣는다고?' 하고 의아해할 만한 재료를 넣는 것도 재미있다. 과일도 좋고 밑반찬도 좋다. 골고루 잘 비빈 밥을 김에 싸 먹거나 빵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나물이나 밑반찬이 없어서 비빔밥을 못 해 먹는다면 냉장고에 잠자고 있는 자투리 채소를 꺼내 쫑쫑 썰어 넣어보자. 생채소만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비빔밥이 된다. 생채소가 싫다면 기름에 달달 볶아 넣어보자(다진 마늘도 함께 볶아주면 감칠맛 추가). 어떤 채소는 가열하면 영양소 흡수가 높아져 식감이 부드럽고 영양가도 높은, 훌륭한 비빔밥 재료가 된다. 그마저도 없다면 간장과 계란만 넣고 비빈 비빔밥도 얼마나 맛깔난지. 여기에 조미김을 잘게 부숴 함께 비벼 먹으면 simple is the best란 말이 절로 나온다.



나는 냉장고에 밑반찬이 두 가지만 있어도 비빔밥을 해 먹고 싶어진다. 멸치볶음과 어묵볶음? 오이지와 양파장아찌? 바베큐 해 먹고 남은 버섯과 쌈채소? 무엇이든 내 비빔밥 재료가 된다. 밑반찬이 두 개가 안 된다고 우는 사람들... 혹시 김치 있어요? 김치야말로 갖은양념과 풍부한 채소로 조화롭게 맛을 낸 베스트 오브 베스트 비빔밥 재료입니다!



국물이 들어가면 반숙 계란프라이 없이도 촉촉하고 깊은 맛이 나는 비빔밥을 만들 수 있으니까 혹시 국이 있다면 두 세 숟가락 추가, 흐물해진 건더기도 어서 오렴.



모두가 모이면 무조건 맛있어지니까.


지난 주말 첫째를 위해 만든 애호박 쌈장 비빔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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