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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가 쪼개지다

나의 중국어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by 오공부

중국어를 막상 공부하려고 보니,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막연히 발음과 성조가 매우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원어민의 정확한 발음과 성조를 많이 들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중국어 초급 문장'을 검색해서 나온 것들을 닥치는 대로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망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는 건 당연한데, 소리조차 '커다란 한 덩어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말을 들었을 때 'ㅇㅇㅇ‘는 무슨 뜻이지?라고 건져낼 만한 것들이 들릴 줄 알았는데 전혀 들리지 않았다. 말 그대로 '쏼라쏼라'한다는 느낌뿐이었다. 전부 똑같이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뒤에 이어지는 한국어 해석은 다 다른 뜻을 지니고 있었다. '이걸로 정말 소통이 된단 말이야?'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그땐 몰랐다. 내가 뱉을 수 있는 말이 내 귀에도 들린다는 걸. 아무런 기초지식 없이 듣기만 하니 중국어가 무서웠는데, 나(我)를 뭐라고 하는지 너(你)는 뭐라고 하는지 배우고 직접 말해보니까 들리기 시작했다. 아주아주 조금씩.

중국어엔 동일한 발음인데 성조로 완전히 다른 뜻이 되는 경우가 많다(물론 한자가 다르지만). 그래서 더욱 하나의 큰 덩어리로 들릴 때가 많다. 그래도 조금씩 쪼개지고 있는 중이다. 나중엔 자잘한 모래 알갱이같이 들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한국어처럼.



어제 다개국어를 구사하는 한 유투버의 영상을 보았다. 유럽대륙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유창한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외국어 배우기를 신나는 모험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해 본 적은 없지만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험가의 호기심과 열린 마음은 큰 덩어리를 작은 덩어리로, 작은 덩어리를 더 작은 알갱이로 바꿔줄 것이다. 나의 중국어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중국어를 덩어리로 듣고 있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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