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경치료를 받게 됐다. 이미 신경치료 후 금니로 씌운 것이 오래되어 교체를 했는데 염증이 생겼는지 잇몸이 불룩하게 부어서 가라앉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치과 예약을 하고 가기까지는 심히 불안했는데 막상 의자에 앉으니 주어진 상황을 피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쁘지 않았다. 다르게 말하면 내 자신이 조금은 좋아지는 기분이었다.
마취를 했기 때문에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30분 동안 입을 벌리고 있어야 해서 턱이 뻐근했다. 신경치료는 내 입 속에(정확히는 치아에) 깊은 동굴을 뚫고 그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가늘고 단단한 도구를 몇 번이나 넣었다 뺐다 하는 것이었다. 이미 여러 번 받아 봤던 치료였다. 나는 내 안에 속한 동굴이지만 보겠냐고 권한대도 별로 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동굴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여러 번 이러한 동굴을 뚫고 들여다보는 일을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갑자기 궁금했다.
치료가 끝나고 나니 목과 어깨가 뻐근하고 진이 빠졌다. 마음은 담담히 받아들였다지만 몸은 어쩔 수 없이 잔뜩 긴장을 했던 모양이다. 재신경치료는 일반 신경치료보다 횟수가 더 많다고 했다. 발치 전 할 수 있는 마지막 치료라는 말에 움찔했다. 나는 다른 어떤 신체부위보다도 치아에 대해 걱정이 많다. 아무쪼록 이 긴 과정을 잘 견뎌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