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말하기로 스스로를 구원하기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를 읽고
책을 읽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좋았을 때의 기쁨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쾌감 중 하나이다. 이미 어느 정도 기대를 품고 읽는 건데도, 그것을 뛰어넘었을 때는 뜻하지 않은 보물을 찾은 것처럼 횡재한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제목만 보고 생각했을 때는, 불쾌한 상황/사람을 만났을 때 잘 넘기는 기술 내지는 처세술 같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는 정도의 기대가 있었다. 다 읽고 나서 이제 드는 생각은, 제목이 책을 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글쓰기와 말하기로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고 치유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의 성장과 치유까지 돕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나를 구원할 사람은 나뿐'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책 읽고 당장 실천할 두 가지.
1. 유행어나 이모티콘 대신 내 감정이나 생각을 나타내줄 표현 찾아보기.
2.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대응 템플릿 만들어두기.
P. 21
글을 쓸 때 저는 계속 의심하고, 말을 할 때 저는 확신하고자 노력합니다. 이처럼 상반되는 장르를 병행할 때 만들어지는 나름의 개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에 몰입해야만 전문가의 역량이 길러지는 건 아닐 테니까요. 물론 이건 제가 둘 중 한 가지에 압도적인 재능이 없으므로 하는 자기 합리화이기도 합니다.
P. 32
저는 '언어 표현의 외주화'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를 느끼고 있습니다. 메신저로 소통할 때 길게 말을 쓰려다가도 귀여운 이모티콘 표정 하나로 대체해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어떤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려다가 유행어를 써버리고 말 때도 자주 생깁니다. 너무 진지해 보일까봐,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흔한 표현만 빌려오다보면 나중에는 새로운 표현을 쓰고 싶어도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 없어지지요. 그래서 빈약한 단어 몇 개로 돌려막게 됩니다.
P. 226
저는 '이거나 저거나 그게 그거'라며 뭉뚱그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글을 써왔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각종 어휘를 넉넉히 구비해왔어요. 그림을 그릴 때 색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듯, 글을 쓸 때는 알고 있는 어휘가 많아야 이를 활용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밀고 갈 수 있으니까요. 매일 책을 읽고 모르는 단어는 찾아보고 외우면서 제 안에 단어들을 차곡차곡 쌓아갔습니다.
P. 234
제가 그렇게 무례한 일을 당해놓고, 그 무례한 것들에 대해서 익숙해지다 못해서 무례한 일들에 반기를 드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미워하고 있는 거예요. 어떤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그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필연적으로 미워하게 되는구나. 자기가 피해자고 꾹꾹 참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공감 능력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을 할 수가 없구나. 그리고 내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합당한 비판을 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아, 지금 너만 힘느냐? 나도 힘들어." 이런 식으로 자꾸 이야기를 하게 되는구나.
P. 240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하게 되면, 누군가 손을 들고 이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을 때 그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럴 때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너도 힘드니? 나도 사실 힘들었는데 우리 함께 대응을 좀 해보자"라고 말함으로써 이 사회가 좀 더 건설적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