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많이 싸우지.
너무 사랑해서 어쩔 줄 모르다가도 순간 악을 쓰며 서로를 탓한다.
나는 너희들에게 말하곤 한다.
너희와 싸우는 순간에도 나는 너희를 사랑하고 있다고. 이성을 잃는 그 순간에도 너희를 사랑하는 것엔 변함이 없다고.
그런데 오늘은 그 말이 너희에게 족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화를 내는 순간에도 나를 사랑한다는데, 나는 왜 엄마가 미울까. 나는 나쁜 아이인가 봐.'라는 믿음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됐다. 나의 궁색한 변명이 너희를 나쁜 아이로 만들어서는 안 되기에 급히 이렇게 쓴다.
자식은 부모를 미워할 수 있다.
너희들은 엄마를 미워할 수 있다.
그게 자연스럽다.
너희를 통제하고, 힘든 미션을 주고, 많은 경우 너희의 뜻보단 어른의 뜻을 우선하는 사람을 어떻게 안 미워할 수 있겠니.
나 역시, 논리도 안 통하고 한 입 가지고 두 말하고 매일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너희들이 왜 안 밉겠니.
우리는 서로를 미워한다.
하지만 그게 이상하지 않다.
서로를 미워하지만 동시에 사랑한다.
사랑이 없는 자리에 미움이 싹틀 수 없고, 미움 없이 순수한 사랑은 신만이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 미움도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니 엄마를 미워하는 스스로를 탓하거나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라.
부모를, 가족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오히려 서로를 멀어지게 만든다. 미움을 없애려면 사랑도 남겨선 안되기 때문이다.
미워할 땐 미워하고, 사랑할 땐 열심히 사랑하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