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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감 있는 인생(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손웅정)

저란 놈을 한번 보세요. 발밑에는 축구공이 있고, 손끝에는 책이 있잖아요

by 오공부

2025년의 첫 책은 손웅정의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이다. 오디오북으로 읽은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김민정 시인과의 대담으로 구성된 이 책은 두 사람이 실제 이야기 나누듯이 낭독되어, 오디오북으로 듣기 아주 좋았다.



또한 이 책은 새해와도 아주 잘 어울렸는데 그도 그럴 것이 새해에는 기필코 내 것으로 하고 싶은 지침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강조하는 실천 지침은 운동과 독서,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너무 당연해서 그저 한낱 구호로 들릴 수도 있는 내용이, 그것을 몇 십 년간 목숨처럼 지킨 사람에게서 나오니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다.



오디오북으로 듣고, 종이책을 구해서 다시 읽으니 새해에 정신무장이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하다. 책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처럼 '타격감'이 있는 책이었다.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손웅정, 난다, 2024

p. 49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일 킬로미터의 전력 질주보다 일 도의 방향전환이, 일 톤의 생각보다 일 그램의 행동이 중요하다고요. 생각의 각도를 아주 조금만 바꾸는, 한 번쯤 그런 가능성으로 자신을 밀고 가봐도 좋은데 솔직히 쉽지는 않죠. 불안할까 봐, 실패할까봐, 지금까지 쌓은 게 무너질까봐,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되는 것도 맞고요. 비겁하면 안전할 수 있지만 절대로 창조는 없어요. 그 밋밋한 데서 창의력이 어떻게 발생하겠냐고요.



p. 53


탐구가 저한테 타격감이 큰 단어 중 하나거든요. 파고들어 가보는 데까지 깊이 연구한다는 거, 그런데 죽어도 끝이 없다는 거, 그거 얼마나 신나요. 또 제가 좋아하는 말이요? 탐구 나왔으니 상상? 상상도 제 고유한 생겨먹음에서 뻗어나가는 재능이니까요. 미래는 상상력의 시대잖아요. 우리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있어 상상력과 창의력은 미래를 여는 준비된 힘이 맞잔다요. 상상하는 것은 나의 사실이 되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현실이 된다고, 상상력이 지식보다 귀해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잖아요. 축구를 할 때도 전에는 생각해, 생각하라고! 그랬거든요? 요즘은 이러는 것 같아요. 상상해, 상상하라고!



p. 103


이렇게나 바쁜데, 할일이 많은데, 책 읽는 시간이 어디 있냐고요? 나만 바쁘겠어요. 우리 모두 다 바쁘지. 그렇다면 책 읽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야만 하는 거예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부러 시간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겠어요? 전 춘천에 있다가 일주일에 이삼 일은 꼭 서울에 와요. 그 시간만큼은 내가 책에 온전하게 할애를 해요. 운동하고 독서, 딱 그것만 하고 다시 춘천에 가잖아요. 그러면 축구장에서 한 오일 미친듯이 뛰어도 불안하지가 않아요. 책으로 충전이 다 된것만 같은 거예요.


P. 172

저는 같이 일할 사람인가 아닌가 뒷좌석이 어떤가 하고 자동차를 딱 타봐요. 정리됐나 안 됐나 트렁크 한 번 열어봐요. 어쨌든 삶이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투쟁의 나날 아니겠어요? 피 터지게 싸워봤자 사람 앞에 완전이라든지 완성이라든지 이런 수식어 붙일 수 있냐고요. 영원히 그건 못 붙이는 일이잖아요. 완전한 사람이 어디 있고, 완성된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래서 계속 청소하자는 거고, 고민하자는 거고, 운동하자는 거고, 책 읽자는 거예요. 성공 말고 가치를 좇자는 거예요.


p. 197

사실 저도 운동하고 독서, 매일같이 이 둘에 집중하는 삶이 진짜 쉽지만은 않거든요, 그런데 이 힘든 걸 계속하다보니까요, 내 삶이 쉬워지는 거예요. 힘든 운동하고, 힘든 독서하고, 이 힘든 두 가지를 매일같이 하니까요, 내 삶이 진짜 쉬워지는 거예요.


p. 214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그건 다 동의를 하잖아요. 그런데 꼭 다른 사람부터 바꾸려고 한단 말이에요. 그 순서가 틀렸다는 거예요. 내가 바뀌잖아요? 그럼 세상이 바뀌어요. 세상이 지저분하다고요? 내 집안부터 깨끗하면 청소하면 세상이 깨끗해질 수 있어요. 개인마다 이렇게 노력을 한다고 했을 적에요. 나를 우선하는 게 나만 우선하는 데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p. 240

저란 놈을 한번 보세요. 발밑에는 축구공이 있고, 손끝에는 책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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