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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근력과 지구력

하지만 그 멋지지 않음이야말로 지구력의 핵심이다.

by 오공부

지금으로부터 몇 해 전, '마음근력'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그 이전에는 '멘붕'과 '쿠크다스 멘탈' 같은 말들도 유행했던 것 같다. 멘탈이 붕괴되지 않도록 쿠크다스처럼 부서지지 않도록, 마음의 힘을 근육 기르듯이 길러보자는 말들에 나 역시 공감했고 관련 책들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몸이든 마음이든 근육을 기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몸의 근육은 지루하고 힘든 운동과 식단을 유지함으로써 만들지만, 마음의 근육은 과거의 상처를 용감하게 직시하고, 수용과 재해석으로 봉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휘몰아치는 감정에 휩쓸리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다스릴 수 있을 때까지 실패와 좌절을 반복해야 한다. 몸도 마음도 방법을 알지만 쉽지는 않다.





최근에는 마음의 지구력을 기르자고 주장하는 책을 읽었다. 다 읽고 나서 근력과 지구력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근력(筋力) : 근육의 힘. 또는 그 힘의 지속성.'



'지구력(持久力) : 오랫동안 버티며 견디는 힘.'



두 단어 모두 어떤 힘을 나타내지만 지구력에는 '버티고 견디는', 다시 말해 조금은 멋지지 않은 뉘앙스가 들어있다. 하지만 그 멋지지 않음이야말로 지구력의 핵심이다. '멋지지 않으니까 그만둘래'가 아니라 '멋지지 않아도 계속 해보자'가 결실을 만든다. 당장은 모양이 빠지더라도 계속하는 힘은, 안 좋은 상황을 받아들이게 도와주고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도록 만든다.





바디프로필을 찍을 때의 그림 같은 근육은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다. 욕심을 줄여서 군살 없이 탄탄한 몸매가 되는 것도 보통의 의지로는 안 된다. 나는 욕심을 확 줄여서 '헬스장에 꾸준히 가는 사람' 정도로 목표를 수정하기로 한다. 당장은 근육량이 늘지도, 뱃살이 줄지도 않겠지만 일단 헬스장 출근도장을 계속 찍는 것이다. 가서 씻고만 오더라도 가는 거다. 그렇게 시작해서 운동량을 점차 늘려가고 근육도 길러보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을 마음에 적용해 본다면 이런 것이다.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조용히 홀로 명상하기. 온갖 잡생각이 떠올라도 '난 역시 안 돼' 하고 멈추는 게 아니라, '잘 안되지만 일단 계속 해보자'하며 다음 날도 5분 동안 앉아서 눈을 감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는 먹기만, 길을 걸을 때는 걷기만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음식의 맛을 음미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규칙도 못 지키고 허물어지는 나는 분명 멋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계속 해보자'고 격려하는 다정한 내가 결국엔 스스로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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